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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방암 원인 (돌연변이, 운, 예방습관)

by 하얀 무지개 2026. 6. 5.

유방암 원인 (돌연변이, 운, 예방습관)

유방암 진단을 받고 나서 제일 먼저 했던 생각은 "내가 뭘 잘못했지?"였습니다. 스트레스 때문인지, 먹는 게 문제였는지, 잠을 못 잔 게 원인인지 끊임없이 되짚었습니다. 그런데 공부를 하면 할수록 암의 원인은 생각보다 훨씬 복잡하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모든 걸 개인의 탓으로 돌리기엔 유방암의 발생 메커니즘이 그렇게 단순하지 않았습니다.

왜 생기는가 — 돌연변이와 운의 영역

"스트레스 때문에 암에 걸린 것 같다"라고 말하는 분들을 주변에서 참 많이 봤습니다. 저도 그 말을 진심으로 믿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연구 결과를 살펴보면 스트레스와 유방암의 직접적인 연관성은 아직 입증된 바가 없습니다. 스트레스 수치를 객관적으로 측정하는 것 자체가 어렵기 때문에 연구 설계 자체가 쉽지 않고, 여러 시도에도 불구하고 유의미한 인과관계가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 현재 의학계의 입장입니다.

그렇다면 유방암은 왜 생기는 걸까요. 핵심은 세포 분열 과정에서 발생하는 유전자 돌연변이(genetic mutation)입니다. 여기서 유전자 돌연변이란 세포가 복제될 때 DNA 염기서열이 원래와 다르게 복사되는 현상을 말합니다. 우리 몸은 수십억 개의 염기쌍으로 이루어진 DNA를 가지고 있고, 세포는 끊임없이 분열하면서 이 정보를 복제합니다. 이 과정에서 오류가 전혀 생기지 않는다는 게 오히려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대부분의 돌연변이는 몸이 스스로 수정하거나 해당 세포를 제거하지만, 이 과정이 실패하면 암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생깁니다. 서울대병원 유방내분비외과 전문의에 따르면 유방암 발생의 상당 부분은 결국 이 예측 불가능한 오류, 즉 '운'의 영역에 해당한다고 합니다. 저는 이 말을 처음 들었을 때 억울하다기보다 오히려 마음이 좀 풀렸습니다. 내 잘못만은 아니었다는 위로였으니까요.

나머지 원인을 보면, 유전적 요인이 일정 부분을 차지합니다. 특히 BRCA1·BRCA2 유전자 변이가 대표적인데, BRCA란 유방암 억제 유전자(BReast CAncer gene)의 줄임말로, 정상적으로는 DNA 손상을 복구하는 역할을 하지만 이 유전자에 변이가 생기면 암 억제 기능이 떨어져 유방암 발생 위험이 70~80%까지 올라갑니다. 가까운 가족 중 유방암 환자가 있다면 일반인 대비 발병 위험이 두 배 이상 높아진다는 점은 국가암정보센터의 자료에서도 확인되는 내용입니다(출처: 국가암정보센터).

잘못 알려진 위험 인자들 — 브래지어, 겨드랑이 제모제, 짜게 먹는 것

유방암과 관련해 제가 한때 진지하게 믿었던 속설들이 꽤 있습니다. 브래지어를 꽉 착용하면 림프 순환이 방해돼 암이 생길 수 있다는 얘기, 겨드랑이 데오도란트의 알루미늄 성분이 유방 조직에 영향을 준다는 얘기, 짜게 먹으면 유방에도 안 좋다는 얘기 같은 것들입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브래지어 착용 방식이나 착용 시간은 유방암 발생과 전혀 관련이 없다는 게 현재까지 연구된 결론입니다. 겨드랑이 데오도란트의 화학 성분도 마찬가지로 입증된 연관성이 없습니다. 짜게 먹는 것은 위암이나 고혈압과는 관련이 있지만 유방암과는 무관한 것으로 보입니다. 오히려 저는 이 속설들 때문에 진단 이후 한동안 데오도란트조차 못 쓰면서 지냈는데, 돌아보면 꽤 불필요한 걱정이었습니다.

반면 실제로 유방암과 연관이 있다고 알려진 요인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 출산 경험이 없거나 첫 출산 연령이 늦은 경우 (임신 중 일어나는 세포 보호 작용이 줄어들기 때문)
  • 과도한 음주 (알코올은 다른 암보다 유방암에 유독 연관성이 높습니다)
  • 비만 (특히 폐경 이후 체지방이 에스트로겐을 생성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
  • 붉은 육류, 인스턴트 식품, 혈당을 급격히 올리는 식품의 과다 섭취
  • 유전적 요인 (BRCA 유전자 변이 포함)

담배는 폐암 등 여러 암의 주요 원인이지만, 유방암에 대해서는 직접적인 영향이 상대적으로 작다는 점도 제 경험상 꽤 의외였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 — 예방 습관의 실제

"운이 중요하다"는 말을 들으면 "그러면 아무것도 안 해도 된다는 건가?" 하는 분들도 계실 것 같습니다. 저도 처음엔 그런 생각이 잠깐 들었으니까요. 그런데 운이 크게 작용한다는 사실이 건강 관리의 필요성을 없애지는 않습니다.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부분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과, 통제할 수 없는 부분에 대해 자책하지 않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입니다.

제가 직접 치료를 받으면서 가장 크게 달라진 습관이 운동입니다. 유산소 운동만 하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는데, 근력 운동(저항성 운동)도 함께 해야 한다는 걸 그때 처음 제대로 알았습니다. 근력 운동이란 근육에 저항을 가해 근육량을 늘리는 운동 방식으로, 근육은 단순히 체형 유지를 위한 것이 아니라 면역계에도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근육에서 분비되는 마이오카인(myokine)이라는 물질이 면역 세포 활성화에 관여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식습관에서는 무조건 특정 음식을 끊으려 하기보다 양을 줄이는 쪽이 현실적으로 훨씬 효과적이었습니다. 흰 탄수화물(흰쌀밥, 흰 밀가루, 떡, 설탕 등)을 반으로 줄이고, 단백질 섭취를 닭가슴살이나 생선으로 채우는 방식입니다. 한국인은 서양인에 비해 붉은 고기 섭취량이 많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단백질 부족이 문제가 되는 경우가 더 많다는 점도 주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검진 주기에 대해 오해하는 분들도 많은데, 유방 X선 검사인 유방촬영술(mammography)은 방사선을 이용하는 검사인만큼 너무 어린 나이부터 무분별하게 받는 것은 오히려 누적 방사선 노출 위험이 생길 수 있습니다. 여기서 유방촬영술이란 저선량 X선을 유방에 투과시켜 종양이나 석회화 병변을 확인하는 영상 검사를 말합니다. 국내 검진 가이드라인 기준으로 40세 이후 2년에 한 번 정기적으로 받는 것이 권장됩니다(출처: 국가건강정보포털).

결국 유방암 예방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은 거창한 것이 아닙니다. 규칙적인 유산소 운동과 근력 운동을 병행하고, 흰 탄수화물과 음주량을 줄이고, 체중을 관리하고, 수면을 충분히 취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모든 노력을 다했음에도 암이 생긴다면, 그건 개인의 실패가 아닐 수 있습니다. 제가 이 사실을 가장 늦게 받아들였습니다.

유방암을 겪으면서 가장 힘들었던 부분은 병 자체보다 "내가 잘못 살아서 이렇게 됐다"는 자책이었습니다. 지금은 그 생각에서 많이 벗어났습니다. 과거를 후회하는 시간 대신 지금부터의 생활을 바꾸는 데 에너지를 씁니다. 유방암이 걱정된다면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것 하나, 운동화 끈을 묶는 것부터 시작해 보시길 권해드립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의료 조언이 아닙니다. 건강에 이상이 있거나 검진이 필요하다고 느끼신다면 반드시 전문의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vej0klqCD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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