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방암 진단을 받고 나면 음식 하나를 먹는 일도 조심스러워집니다. 저 역시 치료를 시작하면서 가장 먼저 찾아본 것 중 하나가 ‘유방암에 좋은 음식’과 ‘유방암에 나쁜 음식’이었습니다. 무엇을 먹어야 몸에 도움이 되는지, 반대로 어떤 음식은 피하는 것이 좋은지 알고 싶었습니다. 가족들도 몸에 좋다는 음식이 있으면 챙겨 주려고 했고, 저 역시 좋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자연스럽게 관심이 생겼습니다. 지난 글에서는 유방암 환자가 조심해야 할 음식과 식습관에 대해 정리해 보았습니다. 가공식품이나 지나치게 당이 많은 음식, 과도한 음주처럼 건강에 부담을 줄 수 있는 것들을 살펴보면서 식습관 관리의 중요성을 이야기했습니다. 그런데 피해야 할 음식만 알아보다 보니 한편으로는 ‘그렇다면 어떤 음식을 먹는 것이 도움이 될까?’라는 궁금증도 생겼습니다. 인터넷을 찾아볼수록 오히려 더 혼란스러웠습니다. 콩은 여성호르몬과 비슷한 성분이 있어 피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있었고, 반대로 유방암 재발 위험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었습니다. 채소와 생선이 좋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왜 좋은지, 얼마나 먹어야 하는지, 어떻게 식단에 넣어야 하는지는 명확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이번 영상에서는 지난번 유방암에 나쁜 음식에 이어, 유방암 환자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음식들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막연한 소문이 아니라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녹황색 채소, 등푸른생선, 발효식품, 콩이 왜 도움이 될 수 있는지 살펴봅니다. 다만 어떤 음식도 만능은 아니며, 한 가지 음식만 집중적으로 먹는 것보다 다양한 영양소를 균형 있게 섭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결국 유방암 환자에게 필요한 것은 특별한 보양식이나 값비싼 건강식품이 아니라, 매일 먹는 식탁에서 건강한 선택을 조금씩 늘려가는 습관이라고 생각합니다. 피해야 할 음식은 줄이고, 도움이 될 수 있는 음식은 꾸준히 챙기는 균형 잡힌 식사가 치료 후 건강을 관리하는 데 큰 힘이 될 수 있습니다.
녹황색 채소와 등 푸른 생선, 밥상에서 만나는 증거들
암 진단 직후 인터넷을 뒤지다 보면 "이걸 먹으면 암세포가 죽는다"는 식의 표현과 마주치게 됩니다. 처음엔 저도 그 말에 흔들렸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논문 수준의 근거가 쌓여 있는 음식은 생각보다 우리 밥상에 가까이 있었습니다.
첫 번째는 녹황색 채소입니다. 여기서 녹황색 채소란 시금치·상추·깻잎처럼 짙은 잎채소와 브로콜리·콜리플라워 같은 십자화과 채소를 아우르는 개념입니다. 이 채소들에는 카로티노이드(carotenoid)가 풍부하게 들어 있습니다. 카로티노이드란 식물에 녹색·황색·적색을 부여하는 색소군으로, 체내에서 항산화 작용을 하고 암세포의 성장을 억제하는 데 관여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동물 실험과 역학 연구 모두에서 혈중 카로티노이드 농도가 높은 집단의 유방암 발생률과 재발률이 낮게 나타났다는 보고가 있습니다(출처: 미국 국립암연구소(NCI)).
십자화과 채소에는 글루코시놀레이트(glucosinolate)라는 물질도 들어 있습니다. 글루코시놀레이트란 브로콜리·양배추 등이 씹힐 때 분해되면서 생기는 항암 관련 화합물로, 5만 1천 명 이상의 여성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이 채소를 자주 먹은 집단의 유방암 재발률이 낮게 관찰됐다는 결과도 있습니다. 제가 직접 써봤는데, 브로콜리를 매일 한 가지 반찬으로 고집하기보다 주 3회 정도 다른 채소와 번갈아 먹는 편이 입맛 유지에 훨씬 수월했습니다.
또한 녹황색 채소에는 엽산(folate)이 풍부합니다. 엽산이란 비타민 B군의 일종으로, 세포 분열 과정에서 DNA 합성을 돕는 영양소입니다. 특히 음주 습관이 있는 경우 알코올이 엽산 흡수를 방해하기 때문에, 채소를 통한 엽산 섭취가 예방적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연구도 있습니다. 저는 술을 즐기는 편이 아니었지만, 그래도 엽산이 이렇게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걸 알고 나서부터는 나물 반찬을 더 의식적으로 챙기게 됐습니다.
두 번째는 등 푸른 생선입니다. 고등어와 연어에는 단백질뿐 아니라 오메가 3 지방산과 셀레늄(selenium)이 함께 들어 있습니다. 오메가 3 지방산이란 세포막의 구성 성분이자 염증 반응을 조절하는 불포화지방산으로, 8만 명 이상을 분석한 메타 분석에서 오메가3가 풍부한 식품을 꾸준히 먹은 집단의 유방암 발생률이 약 14% 낮게 나타났다는 결과가 보고됐습니다. 셀레늄은 면역 세포의 활성을 높여 암세포를 공격하는 데 관여하는 미량원소로, 주사나 보충제 형태로도 쓰이지만 음식으로 섭취했을 때 흡수율이 더 높다고 알려져 있습니다(출처: 세계암연구기금(WCRF)).
항암치료 후 체력이 바닥을 쳤을 때 저는 고기보다 생선을 먼저 찾게 됐습니다. 소화 부담이 덜했고, 두부·달걀과 번갈아 먹으니 단백질 보충도 자연스럽게 됐습니다. 오메가 3 보충제가 좋다는 말을 듣고 캡슐을 사두기도 했는데,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고등어 한 토막을 먹었을 때 몸이 더 편안하게 받아들이는 느낌이 들었거든요. 보충제보다 음식으로 먹는 쪽이 체감도 다르고 오메가6와의 균형을 맞추는 데도 유리하다는 설명이 맞는 말이었구나 싶었습니다.
- 녹황색 채소: 카로티노이드·글루코시놀레이트·엽산 → 유방암 발생 및 재발 위험 감소와 연관
- 등푸른생선(고등어·연어): 오메가3 지방산·셀레늄 → 항염·면역 활성과 관련, 메타 분석에서 발생률 약 14% 감소 보고
- 핵심은 한 가지를 과하게 먹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채소와 생선을 꾸준히 번갈아 먹는 것
발효식품과 콩, 불안과 기대 사이에서 결론 내기
유방암 진단 후 가장 많이 들은 말 중 하나가 "콩은 드시면 안 되는 거 아닌가요?"였습니다. 주변 지인들도, 온라인 커뮤니티 댓글도 반반이었습니다. 콩이 좋다는 쪽과 콩이 위험하다는 쪽이 팽팽하게 맞섰고, 저도 한동안 두부를 식탁에 올릴 때마다 망설였습니다.
콩에는 이소플라본(isoflavone)이라는 물질이 들어 있습니다. 이소플라본이란 식물성 에스트로겐으로 불리는 화합물로, 우리 몸의 여성호르몬 수용체에 결합할 수 있는 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 에스트로겐 수용체 양성(ER+) 유방암 환자에게는 콩 섭취가 암 성장을 촉진하는 것 아닐까 하는 우려가 오랫동안 있었습니다. 저 역시 매일 아리미덱스를 복용하고 4주마다 졸라덱스 주사를 맞고 있어서 이 부분이 특히 신경 쓰였습니다.
그런데 2009년 미국 임상종양학회(ASCO) 저널에 발표된 대규모 연구는 이 불안에 반전을 줬습니다. 대두 단백을 일반 식품 형태로 섭취한 군과 그렇지 않은 군을 비교했을 때, 콩을 많이 먹은 쪽의 유방암 사망률과 재발률이 오히려 낮게 나타났습니다. 연구자들은 이소플라본 자체가 암세포 성장을 직접 자극하지 않으며, 오히려 우리 몸에 네거티브 피드백을 줘서 체내 에스트로겐 생산과 활성이 줄어든 것이 긍정적 결과로 이어졌을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 콩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어떤 형태로, 얼마나 먹느냐가 핵심이었습니다.
발효식품도 비슷한 맥락입니다. 김치·된장·청국장에서 발효를 일으키는 락토바실러스(Lactobacillus) 균에 대한 이야기가 많습니다. 락토바실러스란 유산균의 대표적인 종으로, 장 내 환경을 개선하고 면역 세포의 기능을 조율하는 데 관여합니다. 서양에서는 주로 요구르트와 같은 유제품을 통해 섭취하는데, 락토바실러스 섭취량이 증가한 집단에서 유방암 발생 및 재발 위험이 낮아졌다는 보고들이 있습니다. 제가 직접 써봤는데, 항암치료 중 장이 약해졌을 때 된장국 한 그릇이 생각보다 훨씬 속을 편하게 해 줬습니다.
다만 발효식품이라는 이유만으로 무한정 먹는 것은 다르게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김치와 된장은 염분이 적지 않기 때문에, 좋다고 느끼는 쪽과 양을 조절해야 한다고 보는 쪽 모두 틀리지 않습니다. 저는 된장찌개를 매끼 먹기보다 이틀에 한 번, 국물보다 건더기를 더 먹는 방식으로 조율하고 있습니다.
콩과 발효식품에서 가장 중요하게 기억해야 할 선은, 음식으로 먹는 것과 성분을 추출해 고함량으로 만든 보충제를 복용하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라는 점입니다. 이소플라본을 농축한 환이나 분말을 하루 수십 그램씩 복용하는 것은, 두부 반 모를 반찬으로 먹는 것과 같지 않습니다. 특정 성분의 고농도 복용은 간과 신장에 부담을 줄 수 있고, 임상시험으로 안전성이 확인되지 않은 제품이라면 더욱 주의가 필요합니다. 불안한 마음을 이용해 판매되는 고가의 암 관련 건강식품이 시중에 많다는 사실을, 제 경우에도 치료 초기에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에스트로겐 수용체 양성 유방암인데 두부 먹어도 되나요?
A. 일반 식품 형태의 두부나 콩밥 수준의 섭취는 괜찮다는 시각이 많습니다. 2009년 발표된 대규모 연구에서 대두 단백을 음식으로 섭취한 ER+ 유방암 환자의 재발률과 사망률이 오히려 낮게 나타났습니다. 다만 이소플라본을 고농축한 보충제 형태는 다른 문제이므로, 담당 의료진과 상의해 결정하시는 편이 안전합니다.
Q. 브로콜리가 좋다던데 매일 먹어야 하나요?
A. 매일 브로콜리만 고집하기보다 여러 종류의 채소를 번갈아 먹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보는 시각이 있습니다. 채소마다 들어 있는 카로티노이드·글루코시놀레이트·엽산 등의 성분이 조금씩 달라서, 다양하게 섭취할수록 각기 다른 경로로 유방암 재발 억제에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제 경험상 한 가지에 집착하면 금방 지치고 식사 자체가 스트레스가 됩니다.
Q. 오메가3 영양제 따로 먹는 것과 생선으로 먹는 것, 어떤 게 더 낫나요?
A. 음식으로 섭취하는 오메가3가 흡수율이 높고 오메가6와의 균형을 자연스럽게 맞출 수 있다는 점에서 유리하다는 의견이 있습니다. 반면 생선을 자주 먹기 어려운 환경이라면 보충제도 선택지가 될 수 있는데, 이 경우에도 과량 복용은 주의가 필요합니다. 저는 고등어나 연어를 일주일에 두세 번 챙기는 방식을 택했고, 그 쪽이 더 몸에 맞는다고 느꼈습니다.
Q. 김치가 유방암에 좋다고 하는데 많이 먹어도 되나요?
A. 김치에 들어 있는 락토바실러스 유산균이 면역 기능과 유방암 재발 위험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연구가 있습니다. 그러나 김치는 염분이 높기 때문에, 유산균이 좋다는 이유만으로 무한정 먹는 것은 다른 건강 문제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발효식품의 이점을 살리되, 하루 섭취량을 적정 수준으로 유지하는 균형이 중요합니다.
결론
암 진단 후 저는 한동안 '특별한 음식'을 찾아 헤맸습니다. 그런데 결국 몸을 받쳐 준 것은 매일 꾸준히 먹은 평범한 밥상이었습니다. 녹황색 채소를 반찬 한 가지로 더 올리고, 일주일에 두세 번 고등어나 연어를 챙기고, 두부와 된장찌개를 자연스럽게 먹는 것. 이 네 가지 음식이 특별한 이유는 구하기 어렵거나 값이 비싸서가 아니라, 근거가 쌓인 연구들이 모두 일상 식품을 가리키고 있기 때문입니다.
좋다는 음식을 너무 많이 먹거나 고농축 보충제 형태로 복용하면 간과 신장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점, 그리고 과유불급이라는 말이 식단에서도 예외 없이 적용된다는 점을 기억하시길 바랍니다. 저는 앞으로도 특정 음식 하나에 모든 기대를 걸기보다, 다양하게 골고루 먹는 식습관을 이어가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장 나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