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방암 진단을 받고 나니 평소 아무 생각 없이 먹던 음식까지 하나하나 신경 쓰이기 시작했습니다. 냉장고 문을 열어 놓고도 이건 먹어도 되는지, 혹시 암에 나쁜 음식은 아닌지 한참을 망설인 적도 많았습니다. 인터넷을 검색하면 설탕은 절대 먹으면 안 된다, 고기와 밀가루를 끊어야 한다, 유제품도 피해야 한다는 이야기까지 끝없이 나왔습니다. 도대체 무엇을 믿어야 할지 모르겠고, 잘못 먹은 음식 하나 때문에 암이 생겼거나 재발하는 것은 아닐까 두려운 마음도 들었습니다. 특히 치료를 받는 동안에는 잘 먹어야 체력을 유지할 수 있다고 하는데, 다른 한쪽에서는 먹지 말아야 할 음식만 잔뜩 이야기하니 식사 자체가 스트레스가 되기도 했습니다. 저도 한동안은 몸에 좋다는 음식만 찾아 먹고, 좋아하던 음식 앞에서는 괜한 죄책감을 느꼈습니다. 하지만 자료를 찾아볼수록 중요한 것은 어떤 음식 하나를 완전히 끊는 것이 아니라, 연구를 통해 위험성이 확인된 음식과 식습관을 정확히 알고 오랫동안 조절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막연한 소문이나 개인적인 경험담이 아니라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유방암 환자가 주의하면 좋은 네 가지 음식과, 무조건 끊기보다는 현실적으로 어떻게 조절하면 좋을지 함께 정리해 보려고 합니다.
연구 근거로 본 유방암 위험 식품
솔직히 처음엔 이렇게까지 음식이 중요할 줄 몰랐습니다. 수술과 항암을 앞두고 있을 때는 내가 그동안 먹어온 것들 때문에 암이 생긴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 괜히 죄책감이 쌓였습니다. 지금 돌아보면 그 죄책감 자체가 오히려 독이었던 것 같습니다.
연구들이 공통적으로 꼽는 첫 번째는 알코올, 즉 술입니다. 알코올은 간에서 대사 되는 과정에서 에스트로겐(estrogen) 수치에 영향을 미칩니다. 여기서 에스트로겐이란 여성호르몬의 일종으로, 유방암의 상당수가 이 호르몬에 반응하는 형태로 발생합니다. 단순히 한 번 많이 마시는 것보다 오랜 기간 누적된 섭취량이 위험도를 더 높인다는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는 알코올을 1군 발암물질로 분류하고 있습니다(출처: IARC). 맥주 한 잔도 위험하다는 연구 결과가 있는 만큼, 가능하면 줄이는 것이 마음도 편합니다.
두 번째는 적색육(red meat)과 가공육(processed meat)입니다. 적색육이란 소고기, 돼지고기처럼 근육 조직이 붉은빛을 띠는 고기를 말합니다. 여기서 주의해야 할 기준이 있는데, 하루 평균 150g 이상을 꾸준히 먹는 경우에 위험도가 올라간다는 점입니다. 제가 항암치료 중에 고기를 끊었던 경험이 있는데, 그게 오히려 회복을 더디게 했다는 걸 나중에 알았습니다. 체력과 근육 유지를 위한 단백질이 그만큼 중요하거든요. 가공육은 이야기가 조금 다릅니다. 햄, 소시지, 베이컨처럼 한 번 더 가공된 식품은 제조 과정에서 다양한 첨가물과 고온 처리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섭취 빈도를 훨씬 더 줄일 필요가 있습니다.
세 번째는 당이 많이 든 음료, 이른바 가당 음료(sugar-sweetened beverage, SSB)입니다. SSB란 탄산음료, 과일향 주스, 달콤한 커피음료처럼 설탕이 다량 첨가된 음료를 통틀어 말합니다. 이런 음료는 씹는 과정 없이 빠르게 혈당을 끌어올리고, 장기간 섭취하면 체중 증가와 대사 이상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폐경 이후의 비만은 유방암 위험 인자 중 하나로 잘 알려져 있기 때문에 음료 속 당까지 신경 쓰는 것이 중요합니다. 저도 항암 이후 피곤할 때마다 달콤한 음료를 찾았는데, 그 습관을 탄산수와 보리차로 바꾸는 데 꽤 시간이 걸렸습니다.
네 번째는 튀긴 음식입니다. 고온의 기름에 반복해서 조리된 음식에는 트랜스지방(trans fat)이 생성됩니다. 트랜스지방이란 액체 상태의 불포화지방이 열에 의해 산화되면서 만들어지는 형태로, 포화지방보다 더 강하게 LDL 콜레스테롤을 높이고 HDL 콜레스테롤을 낮춥니다. LDL은 흔히 나쁜 콜레스테롤, HDL은 좋은 콜레스테롤로 불립니다. 튀김 기름은 사용 횟수가 늘어날수록 트랜스지방 함량이 증가하기 때문에, 같은 닭고기라도 어떻게 조리하느냐에 따라 영양 구성이 크게 달라집니다.
- 알코올(술): 에스트로겐 대사에 영향, 누적 섭취량이 위험도를 높임
- 적색육·가공육: 하루 150g 이상 장기 섭취 시 주의, 가공육은 빈도를 더 줄여야 함
- 가당 음료(SSB): 혈당 급상승·체중 증가로 이어져 폐경 후 위험 인자와 연결됨
- 튀긴 음식: 반복 가열된 기름에서 트랜스지방 생성, 조리 방식이 핵심
식습관 조절, 현실적으로 어떻게 할까
암을 겪고 나면 뭔가를 먹을 때마다 이게 재발에 영향을 주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떠오릅니다. 제 경우에는 치킨 한 조각 앞에서 한참을 망설인 적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음식마다 죄책감을 쌓다 보면 식사 자체가 너무 고통스러워집니다.
제가 직접 경험해보니 중요한 건 결국 '자주 먹는 음식'과 '가끔 먹는 음식'을 구분하는 습관이었습니다. 특정 음식을 완전히 금지하기보다 평소 식단의 중심을 채소, 통곡물, 생선, 달걀, 두부 같은 음식으로 채우고, 술이나 가당 음료는 되도록 줄이는 방식이 오래 유지하기에도 현실적이었습니다.
고기에 대한 오해도 짚고 넘어가고 싶습니다. 고기가 나쁘다는 말을 듣고 모든 육류를 끊는 분들이 있는데, 항암치료 중에는 헤모글로빈(hemoglobin) 수치와 철분 공급이 중요합니다. 헤모글로빈이란 혈액 속에서 산소를 운반하는 단백질로, 이 수치가 낮아지면 극심한 피로와 면역력 저하로 이어집니다. 저도 항암 중 입맛이 없고 메스꺼움이 심한 날에는 부드럽게 삶은 고기나 달걀이라도 조금씩 챙겨 먹으려 했습니다. 단백질이 부족하면 회복이 훨씬 느려지기 때문입니다.
조리 방식도 생각보다 중요했습니다. 같은 재료라도 직화로 새까맣게 굽는 것보다 삶거나 찌는 방식이 낫다는 설명이 기억에 남습니다. 고온에서 오래 구울수록 발암 관련 물질이 생길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이 부분은 미국 암학회(American Cancer Society)에서도 조리 방식이 식품 안전성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내용을 안내하고 있습니다(출처: American Cancer Society).
밀가루에 대해서도 한 말씀드리자면, 밀가루 자체와 유방암의 직접적 연관성을 단정한 대규모 연구는 아직 충분하지 않습니다. 다만 흰 밀가루로 만든 빵에는 버터, 설탕, 크림이 많이 들어가는 경우가 많아서, 재료 하나보다 어떤 형태로 가공됐는지를 보는 시각이 더 유용합니다. 저는 빵을 먹을 때 크림이 가득 든 달콤한 빵 대신 통곡물빵을 선택하는 습관으로 조금씩 바꿔나갔습니다.
음식으로 스트레스를 받는 것 자체도 문제입니다. 스트레스는 단독으로도 면역 기능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됩니다. 그러니 한 끼 식사에서 치킨 한 조각을 먹었다고 지나치게 자책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평소 식단을 건강하게 유지하면서 가끔은 먹고 싶은 걸 소량 즐기는 방식이 오히려 오래가는 식습관이 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유방암 진단 후 고기를 완전히 끊어야 하나요?
A.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특히 항암치료 중에는 단백질 공급이 중요하기 때문에, 소고기나 돼지고기 같은 적색육을 완전히 끊는 것이 오히려 회복에 불리할 수 있습니다. 하루 평균 150g을 넘지 않도록 양을 조절하고, 햄·소시지 같은 가공육의 빈도는 줄이는 방식이 더 현실적입니다. 생선, 달걀, 두부 같은 단백질 식품을 함께 활용하면 부족함을 채우기에도 좋습니다.
Q. 제로 콜라나 제로 음료는 가당 음료보다 안전한가요?
A. 제로 음료는 설탕 대신 인공 감미료를 사용합니다. 당 자체는 없지만, 이 인공 감미료 역시 장기 섭취 시 안전성에 대한 연구가 아직 진행 중입니다. 완전한 대안이라고 보기는 어렵고, 가장 권장되는 음료는 물이나 무가당 탄산수입니다. 저도 제로 콜라를 마시다가 결국 탄산수로 바꾸는 데 시간이 걸렸습니다.
Q. 튀긴 음식을 가끔 먹으면 재발 위험이 높아지나요?
A. 한 번의 섭취가 재발을 결정한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연구 결과들이 주목하는 건 오랜 기간 반복되는 섭취 패턴입니다. 평소 식단의 중심을 찌거나 삶은 음식으로 유지하면서 가끔 튀긴 음식을 소량 즐기는 정도라면 지나친 죄책감까지 가질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Q. 밀가루를 끊으면 유방암 예방에 도움이 되나요?
A. 밀가루 자체와 유방암의 직접적 연관성을 명확히 입증한 대규모 연구는 아직 충분하지 않습니다. 다만 흰 밀가루로 만든 달콤한 빵에는 설탕과 버터가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밀가루를 끊는 것보다 가공 형태를 보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통곡물빵이나 잡곡 위주의 탄수화물을 선택하는 것이 더 실질적인 방향입니다.
Q. 술을 아예 끊지 않으면 유방암 재발 위험이 높아지나요?
A. 알코올은 연구에서 유방암과 가장 명확한 연관성을 보이는 식품 중 하나입니다. 특히 에스트로겐 양성 유방암의 경우 알코올의 영향이 더 강하게 나타날 수 있습니다. 완전히 끊기 어렵다면 마시는 빈도와 양을 줄이는 것부터 시작하는 것이 현실적이고, 가능하다면 끊는 쪽이 가장 안전하다고 생각합니다.
결론
유방암을 겪고 나서 가장 달라진 식습관은 '무엇을 절대 먹지 않겠다'가 아니라 '자주 먹는 것과 가끔 먹는 것을 나눈다'는 기준이었습니다. 술과 가당 음료는 되도록 피하고, 가공육과 튀긴 음식은 빈도를 줄이며, 채소·생선·달걀·두부를 중심으로 골고루 먹는 방식입니다. 제가 직접 오래 실천해보니 지나친 제한보다 이 방식이 훨씬 오래 유지됩니다.
한 끼 식사가 암을 만들거나 재발을 결정하지는 않습니다. 중요한 건 오랜 기간 반복되는 패턴입니다. 음식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 것 자체도 몸에 좋지 않다는 걸 잊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가장 평범하고 꾸준한 식습관이 결국 가장 현실적인 방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