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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방암과 음식 (콩-이소플라본, 우유-라떼, 가공육, 술)

by 하얀 무지개 2026. 8. 7.

유방암 진단을 받고 나서 저는 냉장고 앞에서 꽤 오래 멈춰 선 적이 있습니다. 두부를 꺼내려다가 손을 거두고, 라떼를 마시려다가 괜히 죄스러운 기분이 들었습니다. 콩이 여성호르몬처럼 작용한다는 말, 우유가 암세포를 키운다는 말, 어디서 읽었는지도 모를 이야기들이 머릿속에서 뒤섞였습니다. 결국 제가 알고 싶었던 것은 단순했습니다. 이걸 먹어도 되는 건가, 아닌가. 그 질문에 대한 근거 있는 답을 찾아 정리했습니다.



콩과 이소플라본, 진짜 문제는 따로 있었습니다

호르몬 수용체 양성 유방암 판정을 받은 뒤로 콩은 저에게 애매한 식품이 됐습니다. 두부찌개를 끓이면서도 '이게 괜찮은 건가' 하고 찜찜한 기분이 들었는데, 그 이유가 바로 이소플라본(isoflavone) 때문이었습니다. 이소플라본이란 콩과 식물에 자연적으로 존재하는 식물성 화합물로, 인체 내에서 에스트로겐 수용체에 결합하는 성질이 있어 흔히 '식물성 에스트로겐'이라고도 불립니다.

문제는 이것이 몸 안에서 여성호르몬과 똑같이 작용한다고 잘못 알려진 데 있습니다. 실제로는 식품 형태로 섭취하는 이소플라본의 농도와 구조는 합성 에스트로겐과 상당히 다릅니다. 대규모 관찰 연구들을 살펴보면, 두부·콩국수·된장·청국장처럼 일반 식품 형태로 콩을 먹는 것은 유방암 발생이나 재발 위험을 높이지 않으며, 오히려 재발 위험을 낮추는 방향의 결과를 보여주는 연구들이 존재합니다. 세계암연구기금(WCRF)도 대두 식품 섭취와 유방암 위험의 관계에 대해 부정적 근거가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출처: World Cancer Research Fund).

단, 여기서 반드시 구분해야 하는 것이 있습니다. 음식으로 먹는 콩과 고농축 이소플라본 보충제는 전혀 다른 이야기입니다. 보충제는 특정 성분만을 수십 배 농도로 압축한 것이기 때문에, 두부 한 모를 먹는 것과 같은 선상에서 볼 수 없습니다. 제가 이 부분을 알고 나서야 비로소 콩국수 한 그릇에 느끼던 불안이 가라앉았습니다. 먹어도 됩니다. 다만 보충제 형태는 피하는 것이 현명합니다.

  • 두부, 콩국수, 된장, 청국장 등 식품 형태의 콩은 섭취 가능
  • 고농축 이소플라본 보충제는 권장하지 않음
  • 관찰 연구 기준, 식품 형태의 콩 섭취와 유방암 재발 증가의 인과관계는 밝혀지지 않음
요약: 식품으로 먹는 콩은 유방암 환자도 먹을 수 있으며, 문제는 콩 자체가 아니라 고농축 이소플라본 보충제입니다.

 

우유와 라떼, 끊어야 한다는 근거는 없습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치료를 시작하고 나서 저는 라떼를 스스로 끊었습니다. 누가 끊으라고 한 것도 아니었는데 괜히 죄책감이 생겨서였습니다. '오랫동안 라떼를 좋아했던 것이 혹시 영향을 준 건 아닐까' 하는 막연한 생각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유방암 환자가 우유, 요구르트, 라떼, 치즈를 반드시 끊어야 한다는 의학적 근거는 현재 없습니다. 포화지방산(saturated fatty acid)이 함유되어 있어 과도한 섭취는 체중 관리 측면에서 주의가 필요하지만, 이것이 곧 유방암 재발의 직접적 원인이 된다는 인과관계는 밝혀져 있지 않습니다. 포화지방산이란 동물성 식품에 주로 포함된 지방의 한 종류로, 과잉 섭취 시 체중 증가와 심혈관 건강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한 가지 현실적인 조언을 덧붙이면, 동양인 중에는 나이가 들면서 락타아제(lactase) 활성이 떨어져 우유 소화를 불편하게 느끼는 분들이 있습니다. 락타아제란 우유의 유당을 분해하는 효소로, 이 효소가 부족하면 유제품 섭취 후 소화 불편 증상이 생깁니다. 소화가 불편하다면 굳이 마실 필요가 없지만, 잘 소화되고 좋아한다면 저지방·무가당 제품으로 즐기는 정도는 문제가 없습니다. 하루 라떼 한 잔이 유방암 재발과 연결된다는 연구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제가 다시 라떼를 주문하던 날, 이상하게 마음이 한결 가벼웠습니다.

요약: 우유·라떼·요구르트를 유방암 때문에 끊어야 할 의학적 근거는 없으며, 체중 관리를 위해 저지방 선택을 고려하는 정도면 충분합니다.

 

가공육과 술, 이 두 가지만큼은 다릅니다

콩도 우유도 사실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이야기를 하고 나니, 정말 조심해야 할 음식이 무엇인지가 오히려 더 선명해집니다.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피해야 할 음식들은 생각보다 일상 곳곳에 더 깊숙이 들어와 있었습니다.

적색육(red meat), 즉 소고기·돼지고기는 매일 과량 섭취하는 습관이 문제입니다. 완전히 끊을 필요는 없지만, 생선·닭고기·달걀·두부처럼 다른 단백질원과 번갈아 먹는 패턴으로 바꾸는 것이 좋습니다. 반면 가공육(processed meat)은 이야기가 다릅니다. 햄·소시지·베이컨처럼 염장·훈제·방부처리된 육류는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에서 이미 1군 발암물질로 분류한 식품군입니다(출처: IARC, WHO). 1군 발암물질이란 인체 발암성이 충분한 과학적 근거로 확인된 물질을 의미합니다. 가능한 한 줄이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맞습니다.

술도 분명히 해둘 필요가 있습니다. 알코올은 에탄올이 체내에서 대사되는 과정에서 아세트알데히드(acetaldehyde)라는 발암성 물질을 생성합니다. 아세트알데히드란 DNA 손상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진 대사 중간 산물입니다. 암 예방과 재발 방지 측면에서 술은 '안전 최소량'이 없습니다. 맥주 한 잔, 와인 한 잔 정도는 괜찮지 않냐는 생각이 들 수 있지만, 어느 수준까지 안전한지를 증명한 연구 자체가 없다는 점이 핵심입니다. 간질환, 심혈관계, 체중, 수면에도 두루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유방암 환자에게는 가급적 마시지 않는 것이 현실적인 조언입니다.

요약: 가공육과 알코올은 유방암 환자가 실질적으로 줄여야 할 식품이며, 특히 술은 안전 섭취량 자체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보충제와 식단 집착, 치료 중일수록 더 위험합니다

항암치료를 받던 시기에 주변에서 정말 많은 것들을 권했습니다. 홍삼즙, 상황버섯 환, 고농축 비타민, 오메가3, 한약까지.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먹어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제가 직접 겪어보니 그 마음이 얼마나 자연스러운 것인지 압니다.

그런데 '천연'이라는 단어가 곧 안전하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식품에 자연적으로 들어 있는 성분과, 그 성분만을 고농도로 추출·압축한 보충제는 완전히 다른 물질입니다. 항암화학요법(chemotherapy)을 받은 뒤에는 간 기능이 일시적으로 저하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상태에서 고농축 추출물을 복용하면 약물 상호작용이나 간·신장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항암화학요법이란 암세포의 증식을 억제하는 약물을 사용하는 치료로, 정상 세포에도 영향을 주기 때문에 치료 기간 중 장기 기능 관리가 특히 중요합니다.

비타민D·철분·칼슘처럼 실제 결핍이 확인된 영양소는 담당 의료진의 판단에 따라 보충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검사 결과와 무관하게 여러 종류의 고용량 영양제를 루틴하게 복용하는 것은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식단 측면에서도 비슷한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구내염과 메스꺼움이 극심한 항암 중에 현미밥과 생채소만 고집한다면, 오히려 필요한 열량과 근육량을 잃게 됩니다. 치료 중에는 먹을 수 있는 것을 먹고 체중을 유지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무리한 단식이나 급격한 체중 감량은 치료 효과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제 경험상, 그 시기에 가장 중요한 것은 완벽한 식단이 아니라 조금이라도 먹고 버티는 힘이었습니다.

요약: '천연'이라도 고농축 보충제는 치료 중 장기에 부담을 줄 수 있으며, 항암 기간에는 완벽한 건강식보다 충분한 열량과 근육 유지가 우선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호르몬 수용체 양성 유방암인데 두부나 두유 먹어도 되나요?

A. 현재까지의 연구 결과를 보면, 두부·두유·콩국수처럼 일반 식품 형태로 섭취하는 콩은 호르몬 수용체 양성 유방암 환자도 먹어도 됩니다. 오히려 재발 위험을 낮추는 방향의 결과를 보여주는 관찰 연구들도 있습니다. 단, 이소플라본을 고농도로 압축한 보충제 형태는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Q. 과일은 당이 있으니까 유방암 환자는 안 먹는 게 낫나요?

A. 통과일은 먹어도 됩니다. 통과일에는 섬유질과 수분이 함께 포함되어 있어 당 흡수 속도가 느리고 포만감도 생깁니다. 문제는 과일을 갈아 만든 주스나 착즙, 과일청처럼 섬유질이 제거되고 당이 빠르게 흡수되는 형태입니다. 이런 가공 형태의 과일 음료는 줄이는 것이 좋습니다.

 

Q. 항암치료 중에도 건강식 식단을 유지해야 하나요?

A. 항암치료 중에는 오히려 건강식 원칙을 엄격하게 고집하지 않는 것이 중요한 경우도 있습니다. 구내염과 메스꺼움이 심한 시기에는 먹을 수 있는 음식을 섭취해 열량과 근육량을 유지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무리한 단식이나 급격한 저탄수화물 식단 시작은 치료 과정에서 오히려 위험할 수 있으므로, 식이 변화가 필요하다면 반드시 담당 의료진과 상의하는 것을 권합니다.

 

Q. 유방암 환자는 소고기나 돼지고기를 완전히 끊어야 하나요?

A. 완전히 끊을 필요는 없습니다. 매일 많은 양을 먹는 습관이 문제이지, 가끔 적당량을 먹는 것은 괜찮습니다. 다만 같은 단백질이라도 햄·소시지·베이컨 같은 가공육은 WHO 국제암연구소에서 1군 발암물질로 분류한 식품이므로, 적색육과는 구분해서 가능한 한 줄이는 것이 좋습니다.

 

결론

유방암을 경험하고 나면 음식 하나하나에 이유를 붙이고 싶어집니다. 제가 그랬습니다. 좋아했던 라떼가 죄책감의 대상이 되고, 두부찌개 앞에서 망설이게 됩니다. 그런데 음식은 치료가 아닙니다. 어떤 음식을 먹었다고 암이 생긴 것도, 어떤 음식을 끊는다고 재발을 막을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정리하면, 콩과 두부는 먹어도 되고, 라떼도 굳이 끊을 필요 없습니다. 가공육과 술만큼은 실질적으로 줄이는 것이 맞고, 보충제는 의료진과 상의 없이 마음대로 복용하지 않는 것이 안전합니다. 그리고 치료 중에는 완벽한 식단보다 잘 먹고 근육을 유지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앞으로 수십 년을 지속할 수 있는 평범하고 균형 잡힌 식습관, 그것이 결국 가장 현실적인 답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uWWl9Gs8O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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