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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혈 원인 (여성질환, 빈혈증상, 혈색소수치)

by 하얀 무지개 2026. 6. 19.

솔직히 저는 오랫동안 빈혈을 "철분제 먹으면 낫는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어지럽고 피곤하면 철분제 하나 사 먹으면 된다는 식이었죠. 20년 전 첫 아이를 출산하고 철분이 부족해서 기절을 한 경험이 있던 나는 그때 철분제를 먹고 나서 언제 그랬냐는 듯이 괜찮아진 경험이 있어서 더 그렇게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데 동생이 수년째 빈혈로 고생하면서도 원인을 찾지 못했던 일을 겪고 나서, 그리고 제 자신이 유방암 진단 전후로 빈혈 소견을 들었던 경험을 돌이켜보면서, 그 생각이 완전히 틀렸다는 걸 뒤늦게 깨달았습니다.

빈혈 원인 (여성질환, 빈혈증상, 혈색소수치)

빈혈증상이 반복된다면 원인을 먼저 의심해야 합니다

일반적으로 빈혈이라고 하면 피로, 어지럼증 정도를 떠올리기 쉽습니다. 저 역시 그랬고, 동생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동생은 여러 병원을 전전했지만 뚜렷한 진단 없이 철분제만 처방받으며 버텼습니다. 그러다 생리량이 비정상적으로 많다는 것이 원인의 실마리가 됐고, 결국 산부인과에서 자궁선근증 진단을 받았습니다.

자궁선근증이란 자궁 내막을 구성하는 세포가 자궁 근육층 안쪽으로 파고들어 자궁 전체가 부풀었다 탈락되는 과정에서 생리량이 과다하게 늘어나는 질환입니다. 제가 직접 경험한 건 아니지만, 동생 이야기를 들으면서 이 병이 얼마나 오래, 조용히 몸을 갉아먹는지 실감했습니다.

실제로 2023년 국민건강영양조사 결과를 보면, 빈혈이 있는 가임기 여성 중 약 26%는 자궁근종이나 자궁선근증처럼 치료가 필요한 여성 질환을 동반하고 있었습니다(출처: 질병관리청). 네 명 중 한 명꼴입니다. 이 수치가 꽤 크다는 게 제 솔직한 반응이었습니다.

빈혈의 원인이 여성 질환에만 국한되는 것도 아닙니다. 중년 남성과 고령 환자에서 빈혈이 처음 발견되어 검사를 진행했더니 위암이나 대장암이 확인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암 조직에서 미세한 출혈이 지속되면 혈색소(헤모글로빈) 수치가 서서히 낮아지는데, 여기서 헤모글로빈이란 적혈구 안에 존재하는 단백질로 산소를 온몸에 운반하는 역할을 합니다. 이 수치가 떨어지면 몸 전체에 산소 공급이 부족해지면서 피로와 숨 참 같은 증상이 나타납니다.

빈혈 여부를 판단하는 세계보건기구(WHO) 기준 혈색소 수치는 다음과 같습니다.

  • 남성: 13 g/dL 미만
  • 여성: 12 g/dL 미만
  • 임산부: 11 g/dL 미만

제 경험상 이 수치가 정상보다 조금 낮게 나왔을 때 "이 정도야 괜찮겠지"라고 넘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의료 전문가들에 따르면 빈혈 수치가 정상 이하라면, 어지럽지 않더라도 반드시 원인을 확인해야 합니다. 어지럼증은 혈색소 수치가 9 이하로 내려가야 본격적으로 느껴지기 때문에, 그 이전까지는 아무 증상 없이 수치만 빠져나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참고로 나의 경우 유방암 진단을 받기 1~2년 정도 건강검진 시 빈혈 수치가 9g/dL

희귀 혈액질환까지 이어지는 빈혈의 또 다른 얼굴

저는 이번에 재생불량빈혈과 한랭응집소병이라는 병명을 처음 제대로 알게 됐습니다. 이름도 생소하지만, 실제로 이런 질환을 앓는 분들의 이야기를 듣고 나서 빈혈이 단순한 영양 문제가 아닐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 확인했습니다.

재생불량빈혈이란 골수에 있는 조혈모세포, 즉 혈액을 만드는 줄기세포가 면역 세포의 공격을 받아 급격히 감소하는 질환입니다. 적혈구, 백혈구, 혈소판이 모두 만들어지지 않으니 빈혈에서 시작해 감염에도 취약한 상태가 됩니다. 1년 전 건강검진에서 정상이었던 수치가 불과 몇 달 만에 바닥으로 떨어진 사례를 접했을 때,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한랭응집소병은 이보다 더 생소합니다. 한랭응집소병이란 기온이 4도 이하로 내려가면 체내 면역 체계가 적혈구를 외부 이물질로 잘못 인식해 파괴하는 자가면역 질환입니다. 깨진 적혈구가 서로 뭉쳐 혈전이 되면 심각한 합병증 위험까지 높아집니다. 한여름에도 핫팩을 붙이고 냉장고 과일을 두세 시간 실온에 두었다가 먹어야 하는 삶이 어떤 것인지, 글로 읽으면서도 그 불편함이 느껴졌습니다. 국내 환자 수가 100~150명 수준의 초희귀 질환이기 때문에 자신이 이 병에 걸렸다는 사실 자체를 모르는 경우도 아직 많다고 합니다.

치료비 문제도 현실적입니다. 한랭응집소병 치료에 쓰이는 보체 억제제, 즉 면역 반응의 일부인 보체 시스템의 과도한 활성화를 억제하는 약물은 연간 2억 원에 달하지만 현재 보험 적용이 되지 않아 극히 중증인 환자만 혜택을 받고 있습니다. 이런 희귀질환 분야에서 신약 개발과 보험 적용 확대가 시급한 이유입니다.

유전으로 인한 희귀 빈혈도 있습니다. 지중해성빈혈은 헤모글로빈을 구성하는 알파·베타 사슬이 유전적 결함으로 충분히 만들어지지 못해 적혈구가 파괴되는 병이고, 겸상구빈혈(낫 모양 적혈구 빈혈)은 HBB 유전자 돌연변이로 적혈구가 낫 모양으로 만들어져 혈관을 막는 질환입니다. 최근에는 크리스퍼-캐스 9(CRISPR-Cas9) 유전자 편집 기술을 활용해 돌연변이 염기서열을 직접 교정하는 임상 연구가 진행 중이며, 치료 후 수혈 없이 정상 혈색소를 유지한 사례도 나오고 있습니다(출처: 미국 FDA).

세계보건기구(WHO)는 빈혈을 단순한 증상이 아닌 전 세계적으로 관리가 필요한 공중보건 문제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제 경험상 건강검진 결과지에서 혈색소 수치가 조금 낮게 나왔을 때 그냥 지나쳤던 적이 있었는데, 지금 생각하면 그때 좀 더 꼼꼼히 챙겼어야 했다 싶습니다.

결국 빈혈은 그 자체로 끝나는 진단이 아닙니다. 몸 어딘가에서 무언가 잘못되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성장기 아이들이 자리에서 일어날 때마다 어지럽다고 할 때 걱정이 되는 건 부모로서 당연한 반응이지만, 그 걱정을 막연하게 두지 않고 수치를 확인해 보는 습관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빈혈 수치가 정상 이하라면, 어지럽지 않더라도 원인을 찾아보는 것이 건강을 지키는 첫걸음입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의학적 조언이 아닙니다. 빈혈 관련 증상이 있다면 반드시 의료 전문가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dnsfDjErZ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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