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솔직히 저는 수술만 잘 끝나면 모든 것이 해결될 줄 알았습니다. 유방암 치료를 받으면서 수술과 항암, 방사선치료에만 온 신경이 쏠려 있었고, 치료가 끝난 뒤에도 이렇게 긴 싸움이 남아 있을 거라고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림프부종이라는 단어를 처음 들었을 때도 "설마 내가?"라는 생각이 먼저였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고, 그 경험이 재활치료에 대한 제 생각을 완전히 바꿔놓았습니다. 이번 영상은 내가 직접 진료를 받고 있는 서울성모병원 재활의학과 이종인 교수님이 출연을 하신 영상이라 더 집중하면서 보았습니다.
림프부종, 팔이 무거워지던 그 시작
치료가 끝나고 어느 날부터인가 수술한 쪽 팔이 묘하게 무거운 느낌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단순히 무리해서 그런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옷소매 한쪽만 조이고, 아침보다 저녁에 더 붓는 증상이 반복됐습니다. 결국 림프부종 진단을 받았습니다.
림프부종(lymphedema)이란, 심장에서 나온 혈액이 모세혈관을 통해 여과된 뒤 림프관으로 돌아가야 할 체액이 제대로 순환되지 못해 팔이나 특정 부위가 붓는 상태를 말합니다. 쉽게 말해, 림프관이 제 역할을 못하게 되면 몸속 여분의 물이 빠져나가지 못하고 쌓이는 것입니다. 저처럼 겨드랑이 림프절을 절제한 경우, 절제한 개수가 많을수록 이 기능이 더 떨어질 수 있다고 합니다.
방사선치료나 항암요법 역시 림프부종 발생 비율을 높이는 요인이 됩니다. 저는 항암과 방사선치료를 모두 받았기 때문에 처음부터 가능성이 높은 편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그 말이 현실이 되고 나서야 예방과 관리가 얼마나 중요한지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초기 증상은 생각보다 조용하게 찾아왔습니다. 팔에 유관적 차이가 느껴지거나, 시계나 장신구가 갑자기 꽉 차는 느낌, 저녁이 되면 전보다 팔이 더 부은 느낌이 그것입니다. 더 진행되면 손가락으로 눌렀을 때 움푹 들어가는 함유 현상이 나타나고, 피부가 단단하게 섬유화 되기도 한다고 합니다. 제가 직접 겪어보니 이 증상들은 처음에는 너무 가볍게 느껴져서 대수롭지 않게 넘기기 쉽다는 것이 가장 무서운 점이었습니다.
- 초기: 팔이 무겁거나 조이는 느낌, 저녁에 더 부음
- 중기: 유관적으로 차이가 눈에 띄게 나타남
- 후기: 함유 현상(눌리면 움푹 들어감), 피부 섬유화
- 주의: 발적·열감 등 감염 징후가 있으면 즉시 의료진 상담
어깨통증, 움직이지 않으면 더 나빠진다
림프부종과 함께 저를 오래 힘들게 했던 것이 바로 어깨통증이었습니다. 수술 후 겨드랑이 쪽이 당기는 느낌이 있었는데, 처음에는 그냥 수술 부위가 아무는 과정이라고 생각하고 팔을 거의 쓰지 않았습니다. 그게 오히려 문제를 키웠다는 것을 나중에야 알게 됐습니다.
유방암 수술 과정에서 겨드랑이 림프절을 제거하거나 유방 주변 근육과 조직을 절제하면, 주변 연부 조직과 감각 신경이 손상되면서 통증이 생길 수 있습니다. 여기에 조직 유착(adhesion)이 더해지면 어깨 관절의 움직임 자체가 제한됩니다. 조직 유착이란 수술 후 상처가 아무는 과정에서 주변 조직들이 비정상적으로 달라붙는 현상을 말합니다. 통증 때문에 어깨를 안 쓰게 되고, 안 쓸수록 관절이 굳는 악순환이 반복됩니다.
또 하나 주의해야 할 것이 액와막 증후군(axillary web syndrome)입니다. 수술한 쪽 가슴이나 겨드랑이, 팔 쪽으로 띠처럼 당기는 느낌이 드는 이 증후군은 움직일 때 통증을 유발하고, 환자가 자연스럽게 어깨 움직임을 줄이게 만듭니다. 그 결과 2차적인 관절 운동 제한이 생깁니다. 제가 직접 이 당기는 느낌을 경험해 봤는데, 처음에는 너무 낯설고 무서워서 더더욱 팔을 아끼게 됐습니다.
그런데 재활의학과 진료를 받으면서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팔을 쓰지 않는다고 림프부종이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적절한 근육 수축이 림프 순환을 도와준다는 설명이었습니다. 움직이지 않을수록 오십견으로 이어질 위험이 높아지고, 그렇게 되면 통증과 수면 방해까지 겹쳐 일상생활이 훨씬 더 힘들어진다는 것이었습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아껴야 낫는다는 생각이 완전히 틀렸던 것입니다.
어깨 통증이 심할 경우 신체검사와 함께 단순 엑스레이, 필요에 따라 초음파 검사나 MRI 검사로 회전근개 등 구조적 문제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치료는 약물 치료, 재활 치료, 주사 치료, 수술적 치료 순으로 고려하게 됩니다. 주사 치료를 수술한 팔 쪽에 놓는 것이 꺼려지는 분들이 많은데, 저도 그랬지만 안전하게 시행 가능하다는 설명을 듣고 통증 완화에 도움을 받았습니다.
재활운동, 직접 해보니 달랐습니다
재활운동을 배우기 전까지는 운동 몇 가지 한다고 얼마나 달라질까, 솔직히 반신반의했습니다. 그런데 꾸준히 하면서 어깨 움직임이 서서히 회복되고 통증이 눈에 띄게 줄어드는 걸 경험하고 나서는 그 생각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복합 림프 물리 치료(complete decongestive therapy, CDT)는 림프부종의 표준 치료법입니다. 여기서 CDT란 도수 림프 배출법, 압박 붕대 및 압박 스타킹을 활용한 의료적 압박 치료, 부종 감소 운동, 피부 관리를 묶어서 체계적으로 진행하는 치료 방식을 말합니다. 치료는 집중 시기(2~4주)와 유지 시기로 나뉘는데, 유지 시기에는 낮에 압박 스타킹을 착용하고 밤에 압박 붕대를 감는 자가 관리가 핵심이 됩니다(출처: 국제 림프 네트워크(NLN)).
집에서 할 수 있는 재활운동도 꾸준히 하고 있습니다. 막대나 타월을 양손으로 잡고 수술하지 않은 팔로 수술한 팔을 들어 올리는 방식의 스트레칭은, 수술한 쪽에 힘이 덜 들어가기 때문에 초기에도 안전하게 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무조건 많이 반복하는 게 아니라, 겨드랑이가 당기는 느낌이 드는 지점에서 5~10초 멈추는 것입니다. 이 동작을 5~10회, 하루 3~4차례 띄엄띄엄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입니다.
또 하나 제가 지금도 즐겨 하는 것이 벽 걷기 운동입니다. 벽에 가까이 서서 손가락 끝을 벽에 댄 채 천천히 위로 올라가는 동작인데, 방법은 동일합니다. 겨드랑이가 살짝 뻐근한 정도까지만 올리고, 5~10초 유지, 5~10회 반복. 이 운동이 단순해 보여도 제 경험상 꾸준히 하면 관절 가동 범위가 눈에 띄게 달라집니다.
예방 관리에서도 놓치면 안 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수술한 쪽 팔에 열을 오래 가하는 것, 즉 찜질이나 전기장판, 장시간 사우나는 림프 순환에 좋지 않아 피해야 합니다. 또 칼에 베이거나 벌레에 물리는 등 작은 상처도 즉시 소독하고 주의 깊게 살펴야 합니다. 감염이 생기면 림프부종이 급격히 악화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서울성모병원 재활의학과 이종인 교수님께서도 강조하셨듯, 피부 관리와 감염 예방은 재활운동 못지않게 중요한 일상 관리입니다(출처: 서울성모병원).
- 막대·타월 보조 스트레칭: 수술하지 않은 팔로 수술한 팔을 들어올리며 겨드랑이가 당기는 지점에서 5~10초 유지
- 벽 걷기 운동: 손가락을 벽에 대고 천천히 위로 올라가며 같은 방식으로 유지·반복
- 각 동작 5~10회 반복, 하루 3~4차례 분산 시행
- 사우나·찜질·전기 장판은 수술한 쪽에 장시간 사용 금지
- 작은 상처도 즉시 소독하고 감염 여부 주의 깊게 관찰
자주 묻는 질문
Q. 유방암 수술 후 림프부종은 꼭 생기나요?
A. 모든 환자에게 생기는 것은 아닙니다. 겨드랑이 림프절 절제 개수가 많을수록, 방사선치료나 항암요법을 받을수록 발생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100% 예방은 어렵지만, 적절한 운동과 피부 관리, 정기적인 전문가 진료로 조기 발견과 관리가 가능합니다.
Q. 림프부종이 있으면 팔을 아예 쓰지 말아야 하나요?
A. 오히려 반대입니다. 팔을 쓰지 않으면 근육 수축이 줄어 림프 순환이 더 나빠질 수 있습니다. 제 경험상 이 부분이 가장 반전이었는데, 개인에 맞는 적절한 운동이 림프 순환을 도와 부종 관리에 오히려 도움이 됩니다. 단, 과도한 무거운 물건 들기나 무리한 동작은 주치의와 먼저 상의하는 것이 좋습니다.
Q. 집에서 하는 재활운동은 언제부터 시작해도 되나요?
A. 수술 방법과 유방 재건 여부에 따라 시작 시기가 달라질 수 있어서, 반드시 주치의나 재활의학과 전문의와 먼저 상의한 후 시작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일반적으로 초기에는 막대나 타월을 이용한 보조 스트레칭처럼 부담이 적은 동작부터 점진적으로 시작합니다.
Q. 림프부종 치료는 얼마나 걸리나요?
A. 복합 림프 물리 치료의 집중 치료 시기는 보통 2~4주이며, 이후 유지 시기로 넘어가 압박 스타킹과 압박 붕대를 활용한 자가 관리가 이어집니다. 림프부종은 완치보다는 꾸준한 관리가 핵심인 질환으로, 치료 종료 후에도 생활 속 관리를 지속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Q. 어깨 통증을 방치하면 어떻게 되나요?
A. 초기에 어깨 관절 운동 제한을 그대로 두면 앞으로 올리는 굴곡 동작, 옆으로 벌리는 외전 동작 외에 뒤로 돌리는 동작까지 제한이 확대되면서 오십견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오십견이 오면 통증이 심해지고 수면 장애까지 겹치게 됩니다. 초기부터 적극적인 재활치료를 받는 것이 훨씬 빠른 회복으로 이어집니다.
결론
유방암 치료는 수술이 끝났다고 끝나는 것이 아닙니다. 저는 그것을 몸으로 배웠습니다. 림프부종과 어깨통증은 치료 후 삶의 질을 크게 흔드는 후유증이지만, 반대로 말하면 꾸준한 재활관리로 충분히 일상을 지킬 수 있는 문제이기도 합니다.
재활운동은 나중에 해도 되는 것이 아니라, 치료 시작부터 함께해야 하는 과정입니다. 지금 림프부종이나 어깨통증으로 힘드신 분이 있다면, 너무 겁먹지 말고 재활의학과 전문의와 먼저 상담하시길 권해드립니다. 제가 경험한 것처럼, 움직이기 시작하면 달라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