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력 약화는 고혈압이나 흡연보다 사망률을 250% 더 높인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처음 이 수치를 접했을 때 저도 솔직히 믿기가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항암치료를 거치며 근육이 빠지는 것을 온몸으로 경험한 뒤로는, 이 숫자가 결코 과장이 아니라는 것을 압니다.

근육은 왜 이렇게 빨리 빠질까
혹시 별다른 사고 없이도 목이 자주 결리거나, 계단을 오르다 예전보다 금방 숨이 찬 적 있으셨나요?
많은 분들이 그냥 나이 탓으로 넘기지만, 스포츠의학 분야에서는 이것이 근감소증(sarcopenia)의 초기 신호일 수 있다고 봅니다.
근감소증이란 골격근의 근섬유 수와 질량이 감소하면서 근력과 신체 기능이 함께 떨어지는 상태를 말합니다.
단순히 "살이 빠진다"는 개념과는 다릅니다.
연구에 따르면 근육 감소는 35~30세부터 유의미하게 시작되며, 이후 매년 1~2%씩 근육량이 줄어듭니다.
1%의 근육이 사라지면 다리와 어깨에서는 4~6%의 힘이 함께 빠져나가고, 민첩성을 담당하는 근파워는 10% 가까이 감소한다는 것이 현재 의과학의 정설입니다.
제 경우는 유방암 3기 진단 후 항암치료를 받으면서 근감소를 체감했습니다.
치료가 진행될수록 계단 한 칸이 산처럼 느껴졌고, 조금만 걸어도 숨이 차올랐습니다.
당시에는 항암 부작용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지금 돌이켜보면 급격한 근육 감소가 회복력 전체를 끌어내리고 있었던 겁니다.
비만, 당뇨 전 단계, 지방간 같은 대사성 질환이 있는 분들은 그렇지 않은 분들보다 근감소 속도가 훨씬 빠르다는 연구도 나와 있습니다.
근육은 인슐린이 혈중 포도당을 저장하는 주요 창고 역할을 합니다.
근육량이 줄면 혈당이 혈관 속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고, 인슐린이 만성적으로 과분비되면서 심장질환, 치매, 암의 발병률을 높인다고 알려져 있습니다(출처: 대한스포츠의학회).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까
"그럼 당장 헬스장 끊으면 되는 거 아닌가요?" 이렇게 생각하셨다면, 잠깐 멈추셔야 합니다.
제가 직접 경험해 봤는데, 운동을 안 하다 갑자기 기구 운동을 시작하면 오히려 다치기 쉽습니다.
미국스포츠의학회(ACSM) 통계에 따르면 운동을 중단했다가 재개할 때 부상 확률이 50~80%에 달합니다(출처: 미국스포츠의학회 ACSM).
그래서 운동 전에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이 관절 가동성(range of motion)입니다.
관절 가동성이란 특정 관절이 통증 없이 움직일 수 있는 최대 범위를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 목을 좌우로 90도씩 돌렸을 때 한쪽만 뻣뻣하거나 아프다면, 그 상태에서 무거운 걸 들면 근육 불균형이 오히려 강화됩니다.
근육 불균형(muscle imbalance)이란 신체 앞뒤, 좌우의 근육이 서로 다른 긴장 상태에 놓이면서 자세와 통증에 영향을 미치는 현상을 말합니다.
장시간 앉아서 모니터를 보면 가슴 쪽 근육은 굳고, 등 쪽 근육은 늘어나 약해지는 전형적인 패턴이 생깁니다.
그렇다면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까요.
제 경험상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만, 의자 하나만 있어도 생존 근육 다섯 가지를 전부 자극할 수 있습니다.
생존을 위한 핵심 근육과 기본 운동법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팔근육: 의자 등받이를 잡고 팔꿈치를 구부려 미는 동작 10~20회
- 복부 코어 근육: 위 동작에서 허리를 일직선으로 유지하며 5초 버티기
- 척추 기립근: 의자에 앉아 허리를 곧게 세운 채 상체를 살짝 숙였다 펴기 10~20회
- 엉덩이 근육(둔부근): 의자에서 일어나 앉는 동작을 반복하되, 엉덩이가 닿자마자 다시 일어나기
- 종아리·발근육: 의자 등받이를 잡고 뒤꿈치를 완전히 들어 비복근(gastrocnemius)을 자극하는 동작 유지
비복근이란 종아리 뒤쪽의 큰 근육으로, 혈당을 낮추는 데 관여하는 소위 "설탕 뽀개기 근육"으로도 불립니다.
뒤꿈치를 드는 것만으로도 혈당 조절에 유의미한 도움이 된다는 점은 저도 최근에야 알았습니다.
5가지 운동을 10~20회씩 3세트 반복하면 총 15~20분입니다.
최근 연구에서는 이처럼 하루 10~15분씩 여러 번 나눠하는 운동 방식을 '엑서사이즈 스낵(exercise snack)'이라고 부릅니다.
이는 식사 사이에 간식을 먹듯 운동을 짧게 자주 쪼개는 방식인데, 연구 결과 1시간 연속 운동과 근력 성장 효과가 유사하게 나타났습니다.
운동 효과를 끌어올리는 단백질 섭취 전략
운동을 시작했는데도 몸이 잘 안 달라진다면, 혹시 단백질 섭취를 충분히 하고 계신지 점검해 보셨나요?
근육이 운동 자극을 받으면 손상된 섬유를 복구하는 근단백질 합성(muscle protein synthesis) 과정이 일어납니다.
이 과정은 운동이 끝난 직후부터 시작되어 수십 시간 이어지는데, 이때 단백질이 부족하면 합성 효율이 뚝 떨어집니다.
최근 연구에서는 완경기 여성의 경우 체중 1kg당 최대 2g의 단백질 섭취가 권장될 만큼, 여성의 근감소 예방에서 단백질의 역할이 크게 부각되고 있습니다.
일상에서 챙기기 좋은 단백질 공급원으로는 닭가슴살, 달걀, 생선, 두부, 아몬드, 저지방 치즈 등이 있습니다.
단백질 드링크는 일반인 기준으로 시중에 판매되는 제품의 함량이 크게 높지 않아 안전하게 활용할 수 있습니다.
다만 공동구매나 인플루언서 추천 제품보다는 성분 표기가 명확한 브랜드를 선택하는 것이 좋습니다.
한 가지 주의할 점은 단백질만 과도하게 늘리다 탄수화물이 부족해지면, 갑작스러운 공복감에 오히려 폭식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겁니다.
제 경험상 이건 아주 현실적인 함정입니다.
균형 잡힌 식단 안에서 단백질 비율을 조금씩 높이는 방식이 훨씬 지속 가능합니다.
70~85세를 대상으로 한 노르웨이 연구에서 주 3~4회 근력 운동을 40분~1시간 실시한 결과, 대퇴사두근(허벅지 앞쪽 근육)의 크기가 16%, 근력이 31% 증가했습니다.
나이가 들어서도 근육은 충분히 회복됩니다.
지금 당장 완벽한 루틴이 아니어도 괜찮습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의학적 조언이 아닙니다.
특히 기저질환이나 치료 후유증이 있는 분들은 운동 시작 전 반드시 주치의와 상담하시길 권합니다.
근육은 남들과 비교하며 키우는 것이 아닙니다.
지금 제가 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오늘 하나를 시작하는 것이 전부입니다.
저도 처음엔 짧은 거리 걷기조차 힘겨웠지만, 그 작은 시작이 지금의 몸을 만들어줬습니다.
의자에서 10번 일어났다 앉는 것, 오늘 그것부터 해보시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