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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성 염증 (HSCRP, 내장지방, 글림프 시스템)

by 하얀 무지개 2026. 5. 26.

솔직히 저는 염증이라는 게 피부에 뭔가 났을 때나 생기는 거라고만 알았습니다. 지인이 발목 통증으로 시작해서 온몸이 망가지는 걸 지켜보기 전까지는요. 그 일을 계기로 만성 염증이 어떻게 몸 전체를 흔들어 놓는지, 그리고 우리가 미리 할 수 있는 게 뭔지 찾아보기 시작했습니다.

만성 염증 (HSCRP, 내장지방, 글림프 시스템)

염증이 몸 전체를 무너뜨리는 방식

제 지인은 처음에 발목이 좀 아프다고 했습니다. 저도 그냥 삐끗 했겠지 하고 넘겼는데, 몇 주 뒤에는 온몸에 열이 나고 몸살처럼 드러눕는 지경이 됐습니다. 병원을 세 곳이나 돌아다니며 진통제만 받아 왔다고 했을 때, 저는 솔직히 '그게 그렇게까지 심한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게 제 첫 번째 실수였습니다.

염증은 본래 우리 몸을 지키려는 방어 반응입니다. 외부에서 자극이 오면 면역 세포들이 현장으로 달려가 문제를 해결합니다. 문제는 이 반응이 너무 오래, 너무 자주 반복될 때입니다. 급성 염증처럼 한 번 치고 빠지면 문제가 없지만, 낮은 강도의 자극이 멈추지 않고 이어지면 면역 세포가 매일 같이 출동하게 됩니다. 그렇게 수년이 쌓이면 주변 장기가 조금씩 망가집니다. 이것이 만성 염증(chronic inflammation)의 핵심 기전입니다. 쉽게 말해, 소방관이 매일 똑같은 집에 출동하다 보면 집 자체가 닳아 버리는 것과 같습니다.

뇌졸중 같은 혈관 질환도 예고 없이 찾아오는 이유가 바로 여기 있습니다. 혈관 내벽이 만성 염증으로 인해 동맥경화, 즉 혈관 벽이 흉터처럼 딱딱하게 굳는 변성 과정을 수년에 걸쳐 겪고 나서야 어느 날 갑자기 터지거나 막히는 것입니다.

HSCRP 수치가 왜 중요한지 몰랐습니다

제가 처음으로 HSCRP라는 단어를 접했을 때, 그냥 혈액 검사 항목 중 하나겠거니 했습니다. 그런데 이게 만성 염증 여부를 가늠하는 데 있어 의학계에서 광범위하게 인정받는 지표라는 걸 알게 됐을 때는 좀 놀랐습니다.

HSCRP(고감도 C반응 단백)란 우리 몸에 염증이 발생했을 때 간에서 분비하는 단백질의 혈중 농도를 측정하는 수치입니다. 여기서 '고감도'라는 말이 중요한데, 일반 CRP 검사로는 잡히지 않는 낮은 수준의 만성 염증도 감지할 수 있습니다. 국내 기준으로 0.2 이하가 정상 범위이며, 0.2를 넘으면 만성 염증이 진행 중일 가능성을 의심해 볼 수 있습니다.

일반 건강검진 기본 항목에는 포함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 모르고 지나치는 분들이 많습니다. 주치의에게 따로 요청해야 확인할 수 있습니다. 만성 염증을 조기에 파악하려면 아래 지표들을 함께 확인하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 HSCRP: 0.2 이하 정상 (만성 염증의 대표 혈액 지표)
  • 당화혈색소(HbA1c): 6.0% 미만이 이상적 (6.5% 이상이면 당뇨 진단 기준)
  • 허리둘레: 남성 95cm, 여성 85cm 미만 (내장지방 과다 여부 간접 측정)
  • 혈압: 130/85mmHg 미만

당화혈색소란 최근 2~3개월간의 평균 혈당 수준을 반영하는 수치로, 일시적인 혈당 변동에 흔들리지 않아 당뇨 및 만성 염증 위험도 관리에 중요한 지표로 활용됩니다(출처: 대한당뇨병학회).

내장지방이 염증을 키우는 구조

많은 분들이 비만을 단순히 외모의 문제로 여기는 경향이 있습니다.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특히 내장지방은 단순히 뱃살이 아니라, 우리 몸에서 활발히 작동하는 내분비 기관처럼 기능합니다.

내장지방이 쌓이면 지방 세포의 부피가 비정상적으로 커집니다. 세포 수가 늘어나는 게 아니라 하나하나의 크기가 수십 배씩 커지는 것입니다. 이렇게 비대해진 지방 세포는 더 이상 지방을 온전히 품지 못하고, 유리 지방산을 혈중으로 흘려보내기 시작합니다. 이 유리 지방산이 인슐린 신호 전달을 방해하면서 인슐린 저항성이 생기고, 이것이 당뇨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시작됩니다.

아디포카인(adipokine)이란 지방 세포에서 분비되는 신호 물질로, 여기에는 염증을 완화하는 아디포넥틴과 염증을 악화시키는 레지스틴, 렙틴 등이 포함됩니다. 문제는 내장지방이 과도하게 쌓이면 염증을 완화하는 신호는 줄어들고 악화시키는 신호는 늘어난다는 점입니다. 세계보건기구(WHO) 자료에 따르면 과체중 및 비만 인구는 전 세계적으로 꾸준히 늘어나고 있으며, 이는 만성 염증 관련 질환 증가와 직결되는 경향이 있습니다(출처: WHO).

음식 선택에서도 차이가 납니다. 정제된 탄수화물이나 설탕이 많은 음식은 혈당을 빠르게 올리고 내장지방 축적을 가속화합니다. 반면 통곡물처럼 식이섬유가 풍부한 거친 음식은 소화에 시간이 걸리면서 혈당 상승을 완만하게 만들고, 과잉 칼로리 섭취도 억제해 줍니다. 맛없다고 느끼는 게 몸에 '할 일'을 주는 음식이라는 말이 처음 들었을 때는 웃겼는데, 지금은 꽤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깊은 수면이 염증을 청소한다는 사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잠을 잘 자는 것과 염증이 연결된다는 개념이 생소하게 느껴졌거든요.

글림프 시스템(glymphatic system)이란 뇌에서 수면 중에만 활성화되는 노폐물 배출 시스템입니다. 쉽게 말해 뇌 속 청소부가 깊은 잠을 자는 동안에만 들어와 작업을 합니다. 낮 동안신경 세포가 에너지를 쓰고 남긴 찌꺼기, 특히 베타 아밀로이드 같은 단백질 노폐물이 수면 중에 씻겨 나갑니다. 베타 아밀로이드란 뇌에 쌓이면 신경 세포를 손상시켜 치매의 원인이 될 수 있는 단백질 조각입니다. 수면이 부족하거나 얕은 수면만 반복되면 이 청소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만성 신경 염증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수면 전 2시간 동안 스마트폰 사용과 음주를 피하는 게 좋다는 이야기는 이미 많이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술로 잠을 유도하는 분들이 주변에 의외로 많습니다. 알코올은 뇌 기능을 일시적으로 억제해서 잠이 드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실제로는 깊은 수면 단계에 접어드는 것을 방해합니다. 의식을 잃는 것과 건강하게 자는 것은 다른 이야기입니다. 제가 직접 수면 패턴을 바꿔 본 경험상, 멜라토닌(melatonin)을 일정한 시간에 꾸준히 복용하면서 수면 리듬을 재설정하는 방법이 생각보다 효과가 있었습니다. 멜라토닌이란 뇌에서 어두워지면 분비되는 호르몬으로, 수면제가 아니라 '지금이 잘 시간'임을 몸에 알려주는 신호 역할을 합니다.

결국 만성 염증은 어느 날 갑자기 생기는 게 아닙니다. 오랜 시간 쌓인 식습관, 수면 부족, 운동 부재, 스트레스가 켜켜이 쌓인 결과입니다. 제 지인의 사례에서 가장 크게 느낀 건, 증상이 생기기 전까지는 몸에서 아무 신호도 없다는 점이었습니다. 만성 염증은 조용히 진행됩니다. HSCRP와 당화혈색소 수치를 1년에 한 번이라도 확인하는 습관, 허리둘레를 재 보는 작은 실천이 예상외로 큰 예방이 될 수 있습니다. 몸이 완전히 무너진 뒤에 후회하는 것보다, 지금 당장 확인할 수 있는 것 하나부터 시작해 보시길 권합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의료 조언이 아닙니다. 건강 이상이 의심된다면 반드시 의료 전문가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7gaMhDiwz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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