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는 한때 계단을 그냥 '귀찮은 이동 수단'이라고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4년 전 유방암 3기 진단을 받고 항암치료를 16번 받으면서, 계단 한 칸이 이렇게 무거울 수 있다는 걸 처음 알았습니다. 지금 이 글은 그 경험 이후에 계단 오르기를 다시 바라보게 된 이야기입니다.

계단 한 칸이 심폐기능을 바꾼다
치료 중에 저는 엘리베이터가 아니라 계단이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지하철 계단 앞에서 몇 초를 멈춰 서야 했고, 한 칸 올라가는 것조차 숨이 찼습니다. 당시를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먹먹합니다. 그때서야 알았습니다. 심폐기능(心肺機能)이 얼마나 중요한 기초 체력인지를요.
여기서 심폐기능이란 심장과 폐가 함께 작동하여 온몸에 산소를 공급하는 능력을 말합니다. 이 기능이 약해지면 조금만 움직여도 숨이 차고, 일상 활동 자체가 부담이 됩니다. 항암 이후 제가 겪은 증상이 정확히 그것이었습니다.
계단을 오르면 몸은 즉각적으로 더 많은 산소를 요구합니다. 그 수요를 맞추기 위해 심박수(心拍數)가 빨라지고, 호흡 근육도 함께 강해집니다. 심박수란 1분 동안 심장이 뛰는 횟수로, 이 수치가 운동 강도에 따라 적절히 올라가고 내려오는 경험을 반복할수록 심장은 효율적으로 단련됩니다. 덴마크 연구진이 직장인을 대상으로 10주 동안 하루 10분씩 계단을 오르게 한 결과, 유산소 능력이 향상되고 수축기·이완기 혈압이 모두 낮아졌습니다(출처: European Journal of Preventive Cardiology).
저는 이 수치가 단순한 통계로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실제로 6개월 이상 꾸준히 계단을 이용하면서 예전에는 3층만 올라도 헐떡이던 제가, 지금은 5층까지 대화를 나누며 올라갈 수 있게 되었거든요. 제 경험상, 이 변화는 어떤 보조제보다 훨씬 실감 나는 결과였습니다.
허벅지 근육이 무릎을 지킨다
계단 오르기의 진가는 심폐 쪽만이 아닙니다. 저는 항암 이후 근감소증(筋減少症)이라는 복병을 만났습니다. 근감소증이란 근육량과 근력이 병적으로 줄어드는 상태로, 항암치료나 오랜 비활동으로 빠르게 진행됩니다. 치료가 끝난 직후 제 허벅지는 눈에 띄게 가늘어져 있었고, 계단을 내려갈 때 무릎이 덜덜 떨렸습니다.
계단 오르기는 대퇴사두근(大腿四頭筋)과 슬굴곡근(膝屈曲筋)을 동시에 자극합니다. 대퇴사두근이란 허벅지 앞쪽에 위치한 근육으로 무릎을 펴는 역할을 하고, 슬굴곡근은 허벅지 뒤쪽 근육으로 무릎을 구부릴 때 작동합니다. 이 두 근육이 함께 강해지면 무릎 관절이 받는 하중이 분산되어 관절 부담이 줄어듭니다.
흔히 무릎이 아프면 쉬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저도 처음에는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는 반대입니다. 아프다고 움직이지 않으면 근력이 더 약해지고, 약해진 근력은 무릎에 더 많은 하중을 집중시켜 통증이 악화되는 악순환이 생깁니다. 제가 직접 경험해 보니, 통증이 없는 범위에서 천천히 계단을 오르는 것이 오히려 무릎 주변 근육을 살리는 데 도움이 되었습니다.
계단 오르기가 하체 근력에 미치는 핵심 효과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대퇴사두근·슬굴곡근 강화로 무릎 관절 하중 분산
- 하지 정맥 혈류 개선 — 다리 근육이 수축하며 혈액을 심장 방향으로 밀어올림
- 균형 감각 향상 — 불규칙한 계단 높이에 반응하며 고유감각(固有感覺) 발달
- 골밀도(骨密度) 유지 — 체중 부하 운동으로 뼈에 적절한 자극 전달
저처럼 호르몬억제제 복용으로 퇴행성 관절염이 생긴 경우에는 무리하지 않는 범위에서 실천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속도보다 꾸준함이 훨씬 큰 변화를 만들어 줍니다.
일상 속 운동, 얼마나 효과가 있을까
헬스장을 꾸준히 다니기 어려운 사람이라면 한 번쯤 의심했을 겁니다. '이렇게 간단한 게 정말 효과가 있을까?' 저도 똑같이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데이터는 생각보다 명확했습니다.
유산소 능력(有氧能力)이란 몸이 산소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입니다. 운동 생리학에서는 이를 최대산소섭취량(VO₂max)으로 측정하는데, 이 수치가 높을수록 심폐 체력이 뛰어나다고 봅니다. 유럽의 한 대학 연구에 따르면, 일상 속 고강도 생활 운동인 계단 오르기는 별도로 운동 시간을 확보해 운동하는 사람들과 동일한 유산소 능력 향상 효과를 가져왔으며, 모든 질환과 관련된 사망률을 12~20% 낮추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미국인 6,000여 명의 일상생활을 분석한 연구에서도 생활 속 움직임을 늘리는 것이 지속적으로 시간을 내어 운동하는 것과 유사한 건강 개선 효과를 보였다고 보고되었습니다(출처: Centers for Disease Control and Prevention).
저는 이 사실이 특히 암 회복기 환자들에게 큰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체력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상태에서 무거운 운동을 억지로 시작하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을 한 번 더 선택하는 것, 그 정도는 대부분 할 수 있습니다. 저도 그렇게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2층, 그다음에는 3층, 지금은 5층까지도 올라갑니다.
물론 조심해야 할 점도 있습니다. 림프부종이 있는 분이나 관절 문제가 있는 분은 한번에 너무 많은 층을 목표로 잡기보다, 본인 상태에 맞게 조절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계단 환경이 어둡거나 미끄러운 경우 낙상 위험도 실제로 존재하기 때문에 환경을 먼저 확인하는 것도 빠뜨리면 안 됩니다.
계단 오르기는 대단한 장비도, 큰 비용도 필요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아무 준비 없이 무조건 올라가면 된다는 뜻은 아닙니다. 저는 4년간의 회복 과정에서 '무리하지 않는 것'이 가장 어려우면서도 가장 중요한 원칙이었다는 걸 몸으로 배웠습니다. 지금 계단 앞에서 망설이고 계신 분이 있다면, 딱 한 층부터 시작해 보시길 권합니다. 그 한 층이 생각보다 많은 것을 바꿔 줄 수 있습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의학 조언이 아닙니다. 건강 상태에 따라 운동 방법이 다를 수 있으니, 특히 질환이 있으신 분은 반드시 담당 의료진과 상의하신 후 실천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