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레를 끓이면서 "이게 정말 몸에 좋은 건가?" 하고 궁금해진 적이 있으실 겁니다. 저도 4년 전 유방암 3기 진단을 받은 이후로 그냥 지나쳤던 식재료 하나하나가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아이들이 카레를 특히 좋아하는데, 강황이 항암 효과가 있다는 말을 여러 번 들으면서 정말인지, 어떻게 먹어야 효과가 있는지 제대로 파고들어 보았습니다.

커큐민, 정말 항암 효과가 있는 것인가
강황(울금)의 핵심 성분은 커큐민(Curcumin)입니다. 커큐민이란 강황 특유의 노란색을 만들어내는 천연 색소 성분으로, 파이토케미컬의 일종입니다. 파이토케미컬이란 식물이 해충이나 자외선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내는 천연 방어 물질로, 항산화·항염 작용을 통해 인체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국내 한 대학병원 연구팀이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전립선암을 유발한 쥐에게 커큐민을 투여한 결과 72시간 만에 암세포가 눈에 띄게 감소했습니다. 연구팀은 커큐민이 MMP(Matrix Metalloproteinase)라는 단백질 분해 효소의 활동을 억제한다고 설명했는데, MMP란 암세포가 기저막을 녹이고 다른 장기로 이동할 때 앞세우는 효소입니다. 쉽게 말해 암의 전이를 막는 '자물쇠' 역할을 커큐민이 한다는 것입니다. 또한 신경학 저널에 발표된 논문에서는 카레를 자주 섭취하는 인도 노인들이 미국 노인들보다 알츠하이머 발병률이 현저히 낮다는 결과도 확인되었습니다.
솔직히 처음 이 수치들을 접했을 때 "이게 진짜 사람에게도 같은 효과가 날까?" 하는 의심이 먼저 들었습니다. 동물 실험과 인체 임상 사이에는 분명한 간극이 있습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도 강황과 울금을 동일한 뿌리 식물로 규정하고 있으며, 건강기능식품 원료로서의 효능 연구는 현재도 진행 중입니다(출처: 식품의약품안전처). 즉, 커큐민은 가능성이 입증되고 있는 성분이지 '치료제'로 확정된 것은 아닙니다. 항암 보조 식품으로서의 의미,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관점으로 접근하는 것이 적절해 보입니다.
한 가지 더 짚고 싶은 것은 커큐민의 생체이용률(Bioavailability) 문제입니다. 생체이용률이란 섭취한 성분이 실제로 우리 몸에 흡수되는 비율을 뜻하는데, 커큐민은 그 자체로는 흡수율이 매우 낮습니다. 그런데 후추의 매운맛 성분인 피페린(Piperine)과 함께 섭취하면 커큐민의 흡수율이 최대 2,000% 향상된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실제로 후추의 피페린이 대장암세포를 76.4%까지 감소시켰다는 세포 실험 데이터도 있습니다. 카레 요리에 강황과 후추가 함께 들어가는 것이 단순히 맛의 조합이 아닌 셈입니다. 제가 이 사실을 알고 나서부터는 강황 가루를 쓸 때 반드시 통후추를 갈아서 함께 넣는 습관을 들였습니다.
위장이 약한 사람도 먹을 수 있을까, 안전한 섭취법
사실 저는 강황과 생강 관련 정보를 볼 때마다 늘 찜찜한 부분이 있었습니다. 감기 기운이 있을 때 생강차를 우려 마셨다가 위가 너무 아팠던 경험이 몇 번 있었기 때문입니다. 강황·생강이 위장에 도움이 된다는 말과 부담이 된다는 말이 동시에 떠돌다 보니, 어느 쪽이 맞는지 판단이 서지 않았습니다.
실제로 살펴보면 두 주장 모두 틀리지 않습니다. 커큐민이 위산 과도로 유발되는 위궤양을 예방하고 위 세포를 보호하는 효과가 쥐 실험에서 확인된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생강에 들어 있는 진저롤(Gingerol)이라는 생리 활성 물질은 위 점막을 자극할 수 있어, 공복에 고농도로 마시면 위 통증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제가 고생했던 이유도 빈속에 진한 생강차를 마셨던 것이 원인이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간 건강 관련 12주 임상 실험에서 발효 울금을 꾸준히 섭취한 그룹은 간 손상 지표인 ALT 수치가 낮아졌고, 간 기능이 정상으로 돌아온 비율이 대조군보다 세 배 높았습니다. 2주간 진행된 소규모 실험에서도 참가자 전원의 GGT 수치가 감소하고 내장지방이 12~15% 줄어드는 결과가 나타났습니다. GGT(감마글루타밀전이효소)란 간 손상 정도를 나타내는 혈액 지표로, 이 수치가 높으면 간에 염증이나 지방이 축적되어 있다는 신호입니다.
위장이 약한 분들께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섭취법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강황 가루는 식사 중 음식에 소량 넣는 방식이 공복 섭취보다 위 자극이 적습니다. 카레, 된장국, 계란 요리 등에 한 스푼 이하로 넣으면 충분합니다.
- 생강은 날것보다 가열하거나 건조시킨 형태가 위 점막 자극을 줄여줍니다. 밥 짓는 물에 얇게 썬 생강 한두 조각을 넣거나, 고기 밑간에 생강가루를 쓰는 것이 식사와 함께 자연스럽게 섭취하는 방법입니다.
- 생강은 산지와 수확 시기에 따라 매운맛의 강도가 크게 다릅니다. 햇생강은 수분이 많고 맵기가 약해 요리에 그대로 쓰기 좋고, 묵은 생강은 매운맛이 강해 조금만 써도 됩니다. 제 경험상 묵은 생강은 차로 끓일 때 양을 절반으로 줄이는 것이 속이 덜 쓰립니다.
- 커큐민 흡수율을 높이려면 후추와 함께, 혹은 지방 성분이 있는 음식과 같이 섭취하는 것이 좋습니다. 커큐민은 지용성이라 기름과 함께 조리하면 흡수율이 올라갑니다.
- 임산부, 담석증 환자, 혈액 응고 관련 약물을 복용 중인 분은 강황·생강의 과도한 섭취를 피해야 합니다.
시중에서 흔히 구입하는 카레 제품도 강황이 주원료로 들어 있어 효능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다만 시판 카레 루에는 소금, 지방, 첨가물이 상당량 포함되어 있으므로, 가능하면 강황 가루를 따로 구입해 음식에 첨가하는 방식이 더 효과적이라고 봅니다(출처: 식품안전나라).
항암 치료를 받으며 속이 불편할 때 울금을 먹고 소화가 편해졌다는 사례들이 여러 있었는데, 저도 그 마음이 충분히 이해됩니다. 다만 방송에서 나오는 극적인 회복 사례는 향신료만의 효과로 단정하기 어렵고, 수술과 항암 치료가 함께 이루어진 결과임을 잊으면 안 됩니다.
결국 강황·생강은 매일 밥상에서 꾸준히 조금씩 챙길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항산화 식품입니다. 치료제로 믿고 의지하기보다는, 평소 식단에 자연스럽게 녹여 넣는 것이 저에게도, 이 글을 읽는 분들에게도 가장 지속 가능한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카레 한 그릇에 통후추 한 번 갈아 넣는 것부터 시작해 보시길 권해드립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공개된 연구 자료를 바탕으로 작성한 것이며, 전문적인 의료 조언이 아닙니다. 건강 상태에 따라 반드시 담당 의료진과 상의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