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 운동을 열심히 할수록 오히려 더 나빠진다면 믿겠습니까? 저도 처음에는 반신반의했습니다. 작년 한 해 내내 허리와 엉덩이 쪽 통증으로 고생했는데, 디스크 공간이 좁아져 있다는 말을 듣고 열심히 스트레칭과 근력 운동을 병행했습니다. 그런데 3개월이 지나도록 좀처럼 나아지질 않았습니다. 운동이 답이라는 일반적인 믿음과 실제 경험 사이에서 뭔가 어긋난 느낌이 들었습니다.

디스크가 찢어지는 세 가지 원인
허리 통증의 대부분은 척추뼈 사이에 있는 디스크, 즉 추간판(椎間板)의 손상에서 시작됩니다. 추간판이란 척추뼈와 뼈 사이에 위치한 물렁뼈 구조물로, 충격을 흡수하고 척추의 움직임을 가능하게 해주는 역할을 합니다. 이 구조물은 바깥쪽의 단단한 껍질인 섬유륜(纖維輪)과 안쪽의 젤리 형태 수액인 수핵(髓核)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섬유륜이 손상되면 통증이 시작되고, 더 진행되면 수핵이 섬유륜을 뚫고 밖으로 탈출하는 디스크 탈출증이 발생합니다. 이 손상이 생기는 경로는 크게 세 가지입니다.
- 한 번의 강한 충격(무거운 물건을 갑자기 들어 올릴 때)
- 작은 힘의 반복적 누적(낙수물이 바위를 뚫듯이)
- 나쁜 자세로 오랫동안 지속적인 압력을 가하는 것
제 경우는 세 번째에 해당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앉아 있는 시간이 길고 자세에 신경을 쓰지 않았으니까요. 실제로 허리를 구부린 자세로 앉아 있을 때 디스크가 받는 압력은 서 있을 때보다 80% 이상 증가한다는 사실이 실험으로 확인되어 있습니다.
운동이 오히려 독이 되는 이유
일반적으로 허리가 아프면 코어 근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저도 그렇게 믿었습니다. 그런데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운동을 꾸준히 했는데도 통증이 줄지 않았을 때, 뭔가 근본적으로 잘못된 방향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척추 전문의의 설명에 따르면, 이미 섬유륜이 찢어진 상태에서 복근 강화 운동이나 허리 유연성 운동을 하면 오히려 찢어진 부위를 더 벌리게 됩니다. 피부에 상처가 났을 때 계속 당기고 비틀면 아물지 않는 것과 같은 원리입니다. 전 세계 허리 아픈 사람의 절반 가까이는 나쁜 운동만 안 해도 통증이 개선될 수 있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허리에 특히 해로운 동작들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누운 상태에서 무릎을 세우고 허리를 바닥에 누르는 동작
- 한쪽 다리를 가슴 쪽으로 끌어당기는 스트레칭
- 앉아서 상체를 앞으로 숙이는 유연성 운동
- 다리를 펴고 앉아 발끝을 잡으려는 자세
- 엎드려서 허리를 위아래로 움직이는 고양이 자세
- 윗몸 일으키기 등 복근 강화 운동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저도 위 동작들을 허리에 좋다고 생각하며 해왔거든요.
요추전만과 척추위생이 핵심이다
허리 통증의 자연 치유를 위한 핵심 개념은 요추전만(腰椎前彎)입니다. 요추전만이란 허리 쪽 척추가 앞쪽으로 약간 볼록하게 굽은 C자형 곡선을 유지하는 상태를 말합니다. 옆에서 보았을 때 허리 부분이 살짝 앞으로 휘어진 자연스러운 S자 자세가 바로 이것입니다.
이 자세가 중요한 이유는 수핵의 이동 방향과 관계가 있습니다. 허리를 앞으로 굽히면 수핵이 뒤쪽으로 밀리면서 이미 찢어진 섬유륜을 더 벌립니다. 반대로 요추전만 자세를 유지하면 수핵이 앞쪽으로 이동해 찢어진 부위에 압박이 줄고, 상처가 서로 붙을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집니다.
여기서 척추위생(脊椎衛生)이라는 개념도 함께 이해해야 합니다. 척추위생이란 디스크에 손상을 줄 수 있는 자세와 행동을 일상에서 철저히 피하는 습관을 말합니다. 손을 씻는 것이 감염을 예방하듯, 허리를 굽히는 행동을 최소화하는 것이 디스크 손상을 막는다는 개념입니다.
신전(伸展) 동작을 수시로 실천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신전이란 허리나 목을 뒤로 펴서 젖히는 동작을 뜻합니다. 서 있을 때나 앉아 있을 때 30분에 한 번씩, 한 번에 5초씩 5회 정도 반복해 주는 것이 권장됩니다. 아침에 일어났을 때 허리가 뻐근하다면 바로 엎드려서 신전 동작을 해주는 것도 효과적입니다.
디스크 탈출로 방사통을 앓는 환자들을 추적 관찰한 연구에서, 가장 통증이 심했던 그룹 57명 중 49명은 탈출된 디스크가 저절로 줄어들었고, 10명에서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습니다(출처: EBS 명의 정선근 교수 자료 기반). 몸 자체에 디스크를 아물게 하는 힘이 있다는 사실이 임상에서 반복적으로 확인되고 있습니다.
목디스크도 같은 원리로 예방할 수 있다
얼마 전 아침에 일어났더니 왼쪽 목 근육과 어깨가 너무 아파서 고개를 돌릴 수도, 숙일 수도 없는 상태가 됐습니다. 허리에 이어 목까지 문제가 생기니 생활의 질이 급격히 떨어지는 걸 몸으로 느꼈습니다.
목디스크는 경추(頸椎), 즉 목 부분의 척추뼈 사이에 있는 디스크가 손상된 상태를 말합니다. 경추는 머리의 무게를 지탱하는데, 고개를 앞으로 숙일수록 디스크에 가해지는 하중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납니다. 정면을 바라볼 때 약 5kg이던 하중이 고개를 60도 숙이면 27kg까지 치솟습니다. 스마트폰을 내려다보는 자세가 얼마나 위험한지를 보여주는 수치입니다.
실제로 스마트폰 사용이 본격화된 이후 10여 년 동안 목디스크 환자 수는 40% 가까이 급증했습니다(출처: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제가 직접 겪어보니, 컴퓨터 작업 시간이 긴 날일수록 목과 어깨 쪽이 훨씬 뻣뻣하게 굳는 패턴이 반복됐습니다.
목디스크 치료 역시 허리와 같은 원리입니다. 경추신전(頸椎伸展)이 핵심인데, 경추신전이란 가슴을 활짝 펴고 어깨뼈를 뒤로 모은 뒤 턱을 살짝 들면서 목을 뒤로 젖히는 동작입니다. 단,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허리와 흉추가 굽은 상태에서 목만 젖히면 거북목 자세가 되어 오히려 역효과가 납니다. 반드시 요추전만 자세를 먼저 만들고, 그 상태에서 경추신전을 해야 제대로 된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또 너무 많이 젖히면 척추 동맥이 눌려 어지러움이나 뇌졸중 위험까지 생길 수 있으므로 천장과 벽이 만나는 모서리 정도만 바라보는 각도가 적당합니다.
허리 통증은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문제라는 말이 처음에는 좀 막막하게 들렸습니다.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으면 나아지겠거니 했는데, 실제로 치료를 꾸준히 받으면서도 수개월간 별 차도를 못 느꼈던 제 경험이 그 말의 의미를 조금씩 이해하게 해 줬습니다. 운동을 무조건 열심히 하기보다는, 어떤 자세가 디스크를 찢고 어떤 자세가 디스크를 붙이는지를 먼저 아는 게 훨씬 중요합니다. 하루에 단 30분마다 한 번씩 신전 동작을 실천하는 작은 습관이, 수술대 위에 오르는 것을 막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일 수 있습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의학 조언이 아닙니다. 심한 통증이나 마비 증상이 있다면 반드시 전문의의 진단을 받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