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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 노화 (케모브레인, 근육 감소, 뇌 훈련법)

by 하얀 무지개 2026. 5. 29.

마트 계산대 앞에서 갑자기 멈춘 적이 있습니다.

분명히 할 줄 알았던 암산이 되지 않는 거였습니다.

저는 오랫동안 수학을 가르쳤던 사람입니다.

항암치료를 받고 나서 처음 그런 일이 생겼을 때,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뇌 노화를 생각해 본 적도 없었는데, 제 뇌가 먼저 달라지고 있었던 것입니다.

뇌 노화 (케모브레인, 근육 감소, 뇌 훈련법)

뇌는 생각보다 일찍 노화를 시작한다

구조적으로 뇌세포의 부피는 만 35세부터 매년 약 0.2%씩 감소합니다.

특히 기억력을 담당하는 해마(hippocampus)는 35세 이후 매년 0.5%씩 줄어든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해마란 뇌의 측두엽 안쪽에 위치한 구조물로, 단기 기억을 장기 기억으로 전환하는 핵심 역할을 하는 부위입니다.

이 부위가 손상되거나 위축되면 방금 들은 내용을 곧바로 잊어버리거나, 최근 경험이 머릿속에 제대로 저장되지 않는 증상이 나타납니다.

기능적으로도 노화는 일찍 찾아옵니다.

단기 기억력은 만 24세부터 저하되고, 순간 판단력은 29세, 단어 기억력은 35세부터 서서히 떨어지기 시작합니다.

물론 언어를 이해하고 문장을 구성하는 능력은 54세까지 발전하지만, 결국 그 이후에는 이 영역도 감소 국면에 접어듭니다.

저는 수업을 하다가 흔하게 쓰던 단어가 갑자기 떠오르지 않는 경험을 40대 중반부터 했습니다.

당시엔 단순히 피로 때문이라고 넘겼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이미 자연 노화의 신호였을 수도 있겠다 싶습니다.

뇌 노화는 특별한 사람에게만 일어나는 일이 아닙니다.

케모브레인, 생활습관만으로 설명이 안 되는 인지 저하

항암치료를 받는 동안 저는 케모브레인(Chemo Brain) 증상을 경험했습니다.

케모브레인이란 항암화학요법 이후 나타나는 인지기능 저하 현상으로, 집중력 감퇴, 기억력 저하, 처리 속도 둔화 등이 대표적인 증상입니다.

단순히 피곤해서 생기는 것이 아니라, 항암제가 뇌세포와 신경 전달 체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결과입니다.

일반적으로 기억력 저하를 운동 부족이나 나쁜 식습관의 결과로 보는 시각도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그 설명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저처럼 치료 과정 자체가 인지기능에 영향을 주는 경우도 있기 때문입니다.

분명 수업 시간에 학생 30명의 이름과 취약 단원을 모두 외우고 있던 제가, 치료 후에는 방금 들은 내용을 메모하지 않으면 놓치는 상황이 됐습니다.

그 변화의 충격은 수치로 설명되지 않습니다.

미국 국립암연구소(NCI)에 따르면 항암치료를 받은 환자의 상당수가 치료 중 또는 치료 후에 인지기능 변화를 경험하며, 일부는 치료 종료 후에도 지속될 수 있다고 보고되고 있습니다(출처: 미국 국립암연구소).

따라서 기억력 저하를 개인의 노력 부족으로만 해석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습니다.

케모브레인을 겪는 분이라면 스스로를 탓하기보다, 뇌도 회복이 필요한 기관이라는 시각이 먼저입니다.

근육 감소가 뇌 건강을 무너뜨리는 이유

항암치료 중에 체중보다 근육이 먼저 빠졌습니다.

계단 하나를 오르는 것도 버거울 만큼 몸이 달라졌고, 저는 그게 단순히 체력의 문제라고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지금 돌아보면, 근육이 빠질 때 뇌를 보호하는 능력도 함께 약해졌던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근육은 BDNF(뇌유래신경영양인자)와 성장호르몬을 분비합니다.

BDNF란 Brain-Derived Neurotrophic Factor의 약자로, 신경세포의 생존과 성장을 돕고 시냅스 가소성을 유지시켜 학습과 기억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단백질입니다.

근육량이 줄어들면 이 물질의 분비도 함께 감소하고, 결과적으로 뇌가 스스로를 보호하는 능력이 떨어집니다.

또한 중년기 복부 내장 지방이 늘어나면 만성 염증(chronic inflammation)이 유발됩니다. 만성 염증이란 급성 염증처럼 통증이나 부종이 눈에 띄지는 않지만, 낮은 수준의 염증 반응이 몸 전체를 지속적으로 자극하는 상태를 말합니다.

이 염증 신호는 혈류를 타고 뇌까지 도달해 신경세포를 손상시키고, 알츠하이머 치매와 관련된 아밀로이드(amyloid) 단백질 축적을 가속화한다는 사실이 여러 연구를 통해 보고되어 있습니다.

특히 35세에서 55세 사이의 중년기 복부 비만은 뇌 노화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저는 림프부종 때문에 격렬한 운동은 어렵지만, 꾸준히 걷고 간단한 근력 운동을 유지하려고 노력합니다.

뇌를 위해서 운동한다는 생각이 생기고 나서, 움직임에 대한 동기가 달라졌습니다.

뇌를 위한 훈련법, 실제로 써보니

자료에서 소개된 뇌 훈련 방법 중 저에게 가장 먼저 와닿은 것은 '잊어버린 단어를 잠자기 전에 열 번 소리 내어 외우기'였습니다.

제가 직접 써봤는데, 처음엔 그게 뭐가 그리 대단한가 싶었습니다.

그런데 며칠 해보니, 다음날 그 단어가 훨씬 또렷하게 떠올랐습니다.

신경세포는 자극이 반복될수록 그 연결이 강화됩니다.

한번 기절한 세포에 반복 자극을 주는 것이 일종의 심폐소생 효과를 낸다는 설명이 허황되게 들리지 않았습니다.

 

제가 항암 이후 자연스럽게 만든 습관도 있습니다.

메모입니다.

처음에는 기억이 안 나서 억지로 적기 시작했는데, 지금은 손글씨로 하루 일과를 정리하는 것이 루틴이 됐습니다.

손을 쓰는 행위가 뇌의 전두엽, 두정엽, 측두엽을 동시에 자극한다는 점에서 단순한 메모 이상의 효과가 있다는 것도 나중에 알았습니다.

 

지금 실천하고 있거나 시작해볼 수 있는 뇌 훈련 방법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잊어버린 단어를 당일 기록하고, 잠자리 들기 전에 소리 내어 열 번 반복하기
  • 하루 일과를 감정과 함께 손글씨로 기록하기 (일기 형식)
  • 매일 낯선 단어 다섯 개 이상 외우기 (외국어, 한자 모두 가능)
  • 동작 순서를 외워야 하는 운동 시도하기 (댄스, 요가 동작 등)
  • 규칙적인 식사 시간을 유지하고 포화지방산 대신 불포화지방산 비중 높이기

세계보건기구(WHO)는 치매 위험을 낮추는 방법으로 신체 활동, 인지 훈련, 사회적 참여, 건강한 식이를 포함한 복합적 접근을 권고하고 있습니다(출처: 세계보건기구).

이 권고는 이미 질병이 있는 사람에게도 예외 없이 적용된다는 점에서, 저에게도 해당하는 이야기입니다.

뇌는 완전히 예전으로 돌아가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80대에 다시 시를 쓰기 시작한 환자의 사례처럼, 뇌는 완벽하게 회복되지 않아도 꾸준한 자극 속에서 기능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저는 예전의 기억력을 되찾는 것에 집착하기보다, 지금의 뇌를 매일 조금씩 더 잘 돌보는 쪽으로 방향을 바꿨습니다.

그 전환이, 생각보다 꽤 많은 것을 바꿔놓고 있습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의학적 조언이 아닙니다.

인지기능 저하나 기억력 문제가 우려된다면 반드시 전문의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FOY7HRMf--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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